김정상 듀크대 교수 "양자컴퓨터는 마블 캐릭터 같은 초능력자"
양자컴퓨팅 업체 '아이온Q' 설립…최근 삼성서 투자 유치
"양자컴퓨터, 슈퍼컴 능력 넘어서…응용처 찾는 것이 과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쉽게 비유하자면 양자 컴퓨터에는 마블 캐릭터들의 슈퍼파워, 즉 초능력이 있다. 그렇다고 양자컴퓨터에 영화에서 보듯 황당한 초능력이 있는 건 아니고 양자물리의 원리 자체가 기존의 정보 처리 방식이 가진 능력을 초월하는 이른바 중첩이나 얽힘 현상이 있어서 거기서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나오는 것이다."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Q'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SO)인 김정상 듀크대 전기·컴퓨터 엔지니어링 교수는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부에나 아트센터에서 열린 '삼성 CEO 서밋'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양자 컴퓨터는 차세대 '꿈의 기술'로 불리는 컴퓨터다. 중첩이나 얽힘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방대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가 1 또는 0의 값을 갖는 비트 단위로 정보를 읽지만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양자비트) 단위로 정보를 읽는데 큐비트는 0과 1의 값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김 교수는 "10큐빗이 되면 중첩 상태가 1천24개로 늘어나고, 200∼300큐빗이면 전 우주의 원자 수보다 더 많은 중첩 상태가 가능해지는데 양자컴퓨터는 그 수많은 중첩 상태들을 동시에 익스플로어(탐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 배달 같은 물류를 예로 들었다. 수없이 많은 택배를 고객들한테 배달해야 할 경우 트럭이 돌아다녀야 하는 경로가 엄청나게 많을 수 있는데 중첩을 이용해 여러 경로를 동시에 탐사하면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구글이 양자 컴퓨터가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넘어서는 '퀀텀 슈프리머시'(양자 우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지금 고전적인 컴퓨터로 양자 컴퓨터를 시뮬레이션하기 어려운 단계까지 온 것은 맞다"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할 때 '슈퍼컴퓨터로 3년 걸리는 연산을 10초 만에 풀었다'는 식으로 슈퍼컴퓨터를 준거 삼아 설명했는데 이제 그런 설명이 불가능할 만큼 양자 컴퓨터의 성능이 월등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술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2∼3년 사이에 양자 컴퓨터의 상태를 고전 컴퓨터로 기술하기 어려운 단계는 충분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설립한 아이온Q는 최근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캐피털인 삼성캐털리스트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삼성의 투자액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펀드와 무바달라캐피털이 주도한 투자 행사에서 5천500만 달러(약 645억원)를 유치했다.
양자 컴퓨터를 제조하는 방식은 크게 집적회로(IC) 기술과 비슷한 제조 기술로 큐빗을 만드는 방법과 원자 같은 자연 상태의 큐빗을 이용하는 방식이 있다.
구글이나 IBM 등은 전자의 방식을 채택했지만 아이온Q는 후자를 선택했다.
자연 상태의 큐빗을 이용하면 모든 큐빗이 균질하고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를 조작하는 기술이 IC만큼 발달돼 있지 않다는 게 단점이다.
김 교수는 "광학을 중심으로 한 산업에서 개발된 기술들을 잘 활용해서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하는 게 우리의 도전 과제"라며 "반면 다른 방식의 챌린지는 큐빗을 동일하고 균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자 컴퓨터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과제는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양자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뛰어나긴 해도 이런 힘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용처가 없으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영화에서 슈퍼맨이 처음에 힘을 각성하고 여기저기 부딪히는 것처럼 양자 컴퓨터도 아직 어떻게 이 힘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비유했다.
아이온Q는 그래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이 회사의 클라우드 솔루션인 애저를 통해 양자 컴퓨터의 연산 역량을 개발자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개발자들이 좋은 아이디어나 특정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그러면 양자 컴퓨터가 실제 산업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촉매 반응이나 화학 반응을 예측하는 일, 제약회사들이 새로운 신약의 반응을 이해하는 일 등을 사례로 들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을 해킹하는 수준의 퀀텀 컴퓨터가 나오는 데는 아직 시간이 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영권 삼성전략혁신센터 사장은 "지금 우리는 (반도체에서) 3나노미터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데 정말 비싸고 하기도 힘들다"며 "파워나 안정성, 비용 등이 모두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다른 접근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는 대목"이라며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거기 합류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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