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아태 메가 FTA, 상처난 글로벌 무역에 촉진제 역할하길
(서울=연합뉴스) 지난 7년간 지지부진했던 아시아태평양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을 포함한 역내 16개국 가운데 인도를 뺀 15개국 정상은 4일 태국에서 RCEP 협정문 타결을 선언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후속 협상을 마무리한 뒤 내년 최종 타결과 서명을 하기로 했다. 인도까지 끌어들여 예정대로 내년에 모든 협상 참여국이 최종 서명할 경우 RCEP는 역내 인구가 작년 기준으로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32%를 점하는 압도적 경제협력체가 된다. 역내에서 비중이 큰 인도가 협정 타결 선언에서 빠져 다소 빛이 바래기는 했으나 경제는 물론 정치 외교 안보 등에서 다양한 갈등 요인을 안고 있는 이질적 국가들이 자유무역, 공정무역의 기치 아래 결집해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보호무역주의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은 일본의 무역 보복 등으로 국제 통상 질서가 훼손된 터여서 RCEP 타결의 의미는 더욱 커 보인다.
RCEP 체제가 본격 가동될 경우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쪼그라든 세계 교역 확대와 글로벌 경제 부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CEP에 참여한 아세안 국가들은 모두 젊고 역동적이어서 잠재력이 큰 데다 급속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대외 환경 악화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에 부닥친 우리 경제에도 단비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RCEP에 참여한 국가 중 일본을 뺀 모든 나라와 양자 FTA를 맺고 있다. 따라서 후속 협상을 통해 기존 FTA에 담지 못했던 분야를 우리나라에 유리한 방향으로 포함함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그동안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일본이 RCEP에 참여함으로써 간접적인 한일 FTA도 성사됐다. 이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대일 무역적자가 더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이런 걱정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CEP 타결로 우리 정부가 그동안 새로운 시장 확보로 중국, 미국 등에 편중된 무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강도 높게 추진했던 신남방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RCEP는 미국이 이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주도로 2012년 11월 협상을 시작한 뒤 국가 간 개방 폭을 둘러싼 이견, 중국과 일본의 외교적 갈등, 중국 상품의 유입으로 경제 기반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 인도의 소극적 태도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등장 이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내상을 입은 중국이 시장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RCEP는 급류를 탔다. 중국의 이런 모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우방을 묶어 성사시켰던 TPP를 트럼프 대통령이 걷어찬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호주 등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이 RCEP에 승선함으로써 이 지역에서 중국의 전략적 입지는 크게 강화됐다. 이는 상호 이익을 무시한 트럼프의 이기적 일방주의가 결국 미국에 해악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RCEP는 상호 호혜적 협정을 통한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무역시스템 조성, 공평한 경제발전과 경제통합을 지향한다. 국제 통상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위압적 행태와 한국에 대한 일본의 무역 보복 등을 배격한다. RCEP 타결을 계기로 국제 통상 질서가 더 자유롭고 호혜적이며 평등한 쪽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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