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계속 아파요"…증상 방치에 편두통 진단까지 10년
대한두통학회, 편두통 환자 207명 조사…"학업·사회생활 지장"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편두통 환자들은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정작 병원을 찾지 않아 진단을 받기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두통학회는 국내 11개 종합병원 신경과에서 편두통 진단을 받은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조사 결과 처음 편두통 증상이 나타난 후부터 진단을 받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평균 10.1년이었다.
환자 5명 중 2명은 진단까지 11년 이상 소요됐다고 답했고, 21년 이상 걸렸다고 응답한 환자도 14%나 됐다. 반면 증상을 처음 경험하고 병원을 바로 방문한 환자는 13%에 불과했다.
편두통 환자들은 두통으로 학습능력이나 작업능률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편두통 환자들은 한 달 평균 12일 이상 편두통을 경험했으며, 한 달에 4일 이상은 두통으로 학습 또는 작업 능률이 50% 이하로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또 증상이 심해 결석이나 결근을 한 적이 한 달에 하루꼴로 있다고 답했다.
조수진 대한두통학회 회장(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은 "평생 편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며 "편두통을 방치하다 질환이 악화하면 환자의 삶의 질 저하와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편두통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편두통 발생 시 가장 통증이 심했을 때의 통증 정도(NRS Score)를 보면 평균 8.78점으로 출산의 고통(7점)보다 더 심했다.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는 5점 이상의 통증이 있다고 답한 환자도 70% 이상을 차지했다.
편두통은 신체뿐 아니라 심리적 문제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절반 이상은 편두통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했고, 신경질적으로 되거나 화를 자주 낸다고 답했다. 또 이들의 정신질환 경험을 보면 우울증 68%, 불면증 26%, 불안증상 25%, 공황장애 6% 등 순으로 나타났다.
안진영 대한두통학회 부회장(서울의료원 신경과)은 "편두통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으로 학업이나 사회생활을 거의 수행하지 못하거나 증상 우려로 일상생활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경향이 있다"며 "편두통 환자들이 병원에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 교육뿐 아니라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한 두통 교육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