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韓단원들 사드보복 비자거부"…美관현악단 中공연 취소(종합)
美로체스터음대 '보복' 주장·美NBC "한한령 여파 클래식까지 미쳐"
中 외교부, '비자 거부' 논평 요구에 "개별 사건일 뿐" 답변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김윤구 특파원 = 미국 뉴욕의 한 대학 관현악단이 한국인 단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로 예정된 중국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고 AP통신과 NBC뉴스가 30일 보도했다.
뉴욕주 로체스터대학 이스트먼 음악대학의 자말 로시 학장은 성명을 내고 모든 단원이 갈 수 있을 때까지 투어를 연기한다며 이 학교 관현악단인 이스트먼 필하모니아의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
로시 학장은 "이번 투어와 관련된 특수 상황에서, 이스트먼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행동 방침이자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는 필하모니아가 하나로 공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며 공연 취소를 결정한 배경을 밝혔다.
앞서 로시 학장은 지난주 중국이 지난 2016년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이유 삼아 한국인 단원에 대한 비자 승인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3년 전 사드 배치가 입국 거부의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이스트먼 필하모니아는 12일 동안 중국 8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로시 학장은 당초 한국인 단원 3명을 뺀 채 투어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재학생과 동창, 대중의 반발이 거세자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고 NBC는 보도했다.
NBC는 이번 비자 발급 거부에 대해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2016년 한한령(限韓令)을 시행한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또 당시 이 정책으로 K팝 아티스트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이제는 그 영향이 클래식 음악을 하는 학생들에게까지 미쳤다고 해석했다.
AP는 이번 결정이 미중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는 데 주목했다.
이달 초 애플이 중국의 압력으로 홍콩 시위대가 경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을 삭제하고, 중국 관영 방송이 미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의 홍콩 시위 지지 트윗을 문제 삼아 중계를 취소하는 등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상황이 잇따르는 중에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연합뉴스로부터 이스트먼 필하모니아 한국인 단원들의 비자 거부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그런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는 단지 개별 사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계를 보면 2018년에 중국과 한국 양국을 오간 사람은 950만명(연인원)인데, 사드 문제로 한국인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면 작년의 950만명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된 건가"라고 반문했다.
중국 외교부는 브리핑 종료 후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이 419만3천명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 문화예술 분야까지 뻗친 적이 있다.
소프라노 조수미는 2017년 중국에서 각각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고 공연은 결국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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