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우크라 통화 녹취록서 '부리스마' 등 핵심단어 누락"
직접 통화 들은 '백악관 파견' 빈드먼 중령, 의회서 10시간 넘게 증언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군에서 백악관으로 파견된 미국의 한 당국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문제의 통화 녹취록 초안에서 '부리스마' 등 핵심 단어가 누락됐다고 증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29일(현지시간)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이 미 하원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빈드먼 중령은 녹취록 초안에서 누락된 내용 중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부패에 관해 말하는 녹음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차남이 이사로 재직한 우크라이나 에너지회사 '부리스마 홀딩스'에 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언급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누락된 내용을 녹취록에 다시 넣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일부는 추가하는 데 성공했지만, 부리스마 등 두 가지 내용은 바로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녹취록에서 누락된 내용이 트럼프-젤렌스키 통화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지난 9월25일 백악관이 공개한 녹취록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라고 젤렌스키 대통령을 반복해서 압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빈드먼의 증언은 트럼프-젤렌스키 통화 기록이 어떻게 다뤄졌는지에 대해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라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지적했다.
이날 10시간 넘게 이어진 증언에서 빈드먼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화와 관련해 자신의 상관에게 두 차례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당시 통화 내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빈드먼은 "외국 정부에 미국 시민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초래될 영향을 걱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우크라이나가 바이든과 부리스마에 대해 조사한다면 우크라이나가 (공화당에) 편파적인 것으로 해석될 것이며, 그간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초당적인 지지를 잃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빈드먼 중령은 지난해 7월 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로 파견된 우크라이나 전문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수사를 종용한 7월 25일 통화를 직접 들은 당국자 중 한 명이다.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시작한 이래 해당 전화 통화에 배석한 당국자가 의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더힐은 "트럼프에 대한 탄핵조사가 백악관을 향해 더 깊숙이 들어가는 가운데 군복에 훈장을 단 차림으로 의사당을 찾은 빈드먼의 모습은 굉장히 도드라져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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