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女발전이 나라발전' 여성에 공짜버스
"여성 안전 보장·노동 참여 확대위한 역사적 조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 수도 뉴델리 당국이 "여성이 발전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며 모든 여성이 공짜로 버스를 타는 '통 큰 정책'을 29일(현지시간)부터 시행했다.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부터 여성들은 델리 주 정부 산하 델리운송(DTC) 등이 운영하는 대중교통용 버스를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델리 주의 공식 명칭은 델리 국가수도지구(NCT)로 이 지역 내의 작은 행정구역의 이름을 따 흔히 뉴델리로 부른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 총리는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노동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역사적 조치"라며 "이제 여성은 교통비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거나, 통근 버스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델리 주에서 버스를 타려는 여성에게는 무임승차권인 '핑크 티켓'이 발급된다. 본래 버스 요금은 5루피(82원)에서 25루피(412원)이다.
델리 주 당국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의 하루 버스 이용객은 440만명이며, 약 35%가 여성이다.
뉴델리 도심 직장에 다니는 한 여성은 "매달 버스비 2천 루피(3만3천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 달에 1만 루피(16만원) 정도밖에 못 버는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델리 주 정부는 지난주 폐쇄회로TV(CCTV)와 비상버튼이 달린 새 버스 104대를 도입했고, 100대를 더 도입한다.
28일부터는 버스에 배치한 보안관 수도 3천400명에서 1만3천명으로 늘렸다.
앞서 뉴델리에서는 2012년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20대 여대생이 남성 6명에게 집단 성폭행당한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이후 인도 당국은 치안 인력을 늘리고 여아 성폭행범을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법안까지 통과시켰으나 여성 대상 강력범죄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
케지리왈 총리는 새로 배치한 보안관들에게 "버스 내 여성들이 안전하고 편안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무임승차 제도를 여성에게 먼저 시행해보고,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노인과 학생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지리왈 총리는 뉴델리에 기반을 둔 지역 정당 보통사람당(AAP)을 이끌고 있다.
그의 여성 정책을 두고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2020년 초 치러질 델리 주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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