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모스크 총격 용의자 "노트르담 화재 복수하려"
용의자인 84세 극우성향 남성 진술…경찰, 정신감정 의뢰
자택서 자동권총·수류탄·실탄 등 무기류 압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남부의 모스크(이슬람교 회당)에 불을 지르려다가 70대 노인 2명에게 총격을 가해 중상을 입힌 용의자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한 것에 대해 복수를 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프랑스 바욘 검찰청의 마크 마리에 검사장은 29일(현재시간) 수사상황 브리핑에서 용의자인 클로드 싱케(84)가 경찰 심문에서 이같이 진술했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지난 4월 큰 화재가 발생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해 복수하려고 했다면서도 사람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무슬림(이슬람교도)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은 용의자의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지난 4월 15일 발생한 화재로 건물 일부가 무너져내린 노트르담 성당의 화재 원인은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보수공사 과정에서 전기결함 또는 담배꽁초에 따른 실화(失火)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소방당국의 판단이다.
용의자는 전날 오후 프랑스 남서부 바욘에 있는 한 모스크의 정문에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르려다가 실패하자 인근 건물 옆에 있던 70대 노인 2명에게 총격을 가했다.
피해자 한 명은 자신의 승용차에 타고 있었는데, 용의자는 자신의 총에 맞은 피해자가 타고 있는 이 차에 기름을 뿌려 불을 지른 뒤 달아났다. 피해자는 다른 사람이 곧바로 구출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파리가 망가졌다"…노트르담 대성당 대화재에 눈물·탄식 / 연합뉴스 (Yonhapnews)
피해자들은 모두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용의자는 프랑스의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현 국민연합) 소속으로 2015년에 지방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용의자는 평소에도 외국인이나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발언을 종종 했다고 프랑스블뢰 방송이 전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이 용의자를 현장에서 멀지 않은 자택에서 체포하고 수류탄, 연막탄, 자동권총, 실탄 등의 무기류도 압수했다.
프랑스 경찰은 용의자의 진술과 사건의 성격으로 미뤄 이슬람교에 대한 증오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전날 사건 발생 직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증오범죄에 관용은 없다"면서 "가해자 처벌과 이슬람 주민 보호를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에서 이슬람 인구가 가장 많은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사원인 모스크나 이슬람교도들이 증오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난 3월에는 프랑스 남서부 베르제락의 신축 중인 모스크에서 죽은 돼지의 머리와 피가 입구에서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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