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이 美 벗겨먹는다 여겨…年 70조원 내야한다고 생각"(종합)
매티스 前국방 측근, 신간서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가능한지 계속 물어"
"한미연합훈련 중단 결정 무방비로 허찔려…6·12 트럼프 발표 통해 알아"
"틸러슨, 사전회의에서 '트럼프가 보기엔 한국이 최악'이라고 언급"
(서울·워싱턴=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송수경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초 한국이 미국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천문학적인 방위비 부담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함께 취임 초기 회의 석상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하고 기존 무역협정을 '범죄'라고 깎아내리는가 하면,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발표와 관련, 주무 부처인 국방부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하는 등 '국방부 패싱'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29일(현지시간) 공개된 신간 '선을 지키며 : 매티스 장관 당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에서 이러한 비사들을 공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줄 뿐 아니라 동맹의 문제도 '돈'의 관점에서만 접근, 전통적 우방 및 혈맹의 가치를 깎아내려온 트럼프 대통령의 근본적 인식을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대목이다.
특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회의 석상에서 한때 연간 '600억달러(약 70조원)'라는 숫자까지 거론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는 미국 측에서 거론했다는 얘기가 나왔던 '50억 달러'(약 6조원)에 비해서도 1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이 책과 관련, 매티스 전 장관 측은 공식 발간 전 발췌록 내용이 소개됐을 당시인 지난 23일 "매티스 전 장관은 이 책을 읽지 않았고 읽을 계획도 없다"며 "스노드그래스는 일부 회의에 참석해 기록하긴 했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 하급 실무자였다"고 비판했다. 다만 책에 나온 내용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 "韓, 미국을 벗겨먹어", '괴물'이라는 표현도…"주한미군, 연간 600억달러 내면 괜찮은 거래" = 저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동맹국과 해외 주둔 미군에 드는 비용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평하는 것을 넘어 비공개로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외교안보팀에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할 수 있는지를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질문했다는 것이다.
이에 미 외교안보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맹과 해외 주둔 미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자 2017년 7월 중순 국방부에서 브리핑을 열기로 했다.
브리핑 전략을 짜는 회의에서 틸러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관계를 평가하는 12개 경제적 효용성 척도를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그 기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보기엔 '한국이 최악'이다"라고 말했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전했다.
2017년 7월 20일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국방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독일 등 주요 동맹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우리 무역협정은 범죄나 마찬가지"라며 "일본과 한국은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고 '호통'을 치며 "이것은 여러 해에 걸쳐 만들어진 하나의 큰 괴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 독일, 한국…우리 동맹은 어느 누구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를 심하게 이용해온 나라(a major abuser)"라면서 "중국과 한국은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썼다.
그러면서 슬라이드를 보며 "'와, 저기에 우리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네'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는 그 직후 틸러슨 전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멍청이"라고 부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던 바로 그 회의이다.
이듬해 1월 두 번째 국방부 브리핑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의 대가로 미국이 뭘 챙기는지를 집요하게 따졌다고 한다.
해외 주둔 미군은 안보를 지키는 '이불' 같은 역할을 한다는 매티스 전 장관의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손해 보는 거래라고! (한국이) 주한 미군에 대해 1년에 600억달러(약 70조원)를 낸다면 괜찮은 거래인 거지"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 "한미훈련 중단, 트럼프 발표 보고 알아…무방비로 허 찔려"= 스노드그래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발표함으로써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회고했다. 무방비로 꼼짝없이 '당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워 게임'이 중단된다고 국방부에 알린 방식"이었다며 백악관으로부터 아무런 사전 고지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책에는 매티스 전 장관도 사전에 몰랐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진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선언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몰랐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저 연단에서 즉흥적으로 하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책에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후 백악관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선언을 '납세자들의 돈을 절약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하길 원했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주장했다.
그 이후 매티스 전 장관은 대규모 그룹 회의에서 고위 국방부 당국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부처 차원에서 차분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안심시켰다.
그는 당면과제들에 대한 초점을 유지하길 원하면서 "방위에 계속 집중해라. 미디어에 말하기 전에 생각해라. 북미 정상회담이 방해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신중하게 하라"는 말을 남기고 회의장을 떠났다고 한다.
북미정상회담 이틀 뒤인 6월14일 매티스 전 장관은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당시 일본 방위상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상황 수습에 나섰다.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 마찬가지로 허를 찔린 오노데라 전 방위상은 매티스 전 장관에게 어떠한 훈련들이 중단되는지를 물었고, 이에 대해 매티스 전 장관은 "우리는 정확히 어떤 것들을 중단시킬지 결정하기 위해 여전히 작업하고 있다"며 "미일 훈련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에 대해 매티스 전 장관도 사실 걱정하고 있었다고 스노드그래스는 전했다. 데이나 화이트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우주군 창설 등과 관련해 '꼼짝없이 당했다'는 보도를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이 책은 소개했다.
◇ "2017년 유엔총회 연설 '로켓맨' 초안에는 없었다"…잇단 돌출적 언행으로 국방부 당혹 = 저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해서도 돌출적 언행으로 자주 국방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과격한 표현으로 북한을 자극한 것이 그 사례다.
스노드그래스는 백악관으로부터 받은 연설문 초안에는 그런 표현이 없었다며 "마지막 순간에 도발적 어휘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는 저서에서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매티스 전 장관 주변 참모진의 양갈래 기류를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이 하지 못했던 핵무기 포기 및 국제사회 편입을 설득해낼지도 모른다는 쪽과 이번 정상회담이 헛걸음이 될 것이라는 쪽으로 갈렸다는 것이었다.
회의적인 쪽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 회담을 가장, 핵 지위 강화를 지속해나가기 위해 '큰 승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절박함을 갖고 놀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협상의 지렛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는 것이다. 스노드그래스는 "북한과의 정상회담은 행정부 내에서 큰 전략적 구상의 일부가 아니었다"며 "따라서 그의 행동들은 에누리를 갖고 볼 필요가 있었다"라고도 했다.
스노드그래스는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 미국의 제7공군 본부에 머물렀다면서 당시 장교들과의 대화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준비태세와 공동 작전 역량을 급속히 약화시킬 것이라는 의구심을 확인해줬다고 전했다. 또 한국내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할지 등 한반도 주둔 미군의 계획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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