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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징용판결, 국제법 위반' 日정부 주장이 오해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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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징용판결, 국제법 위반' 日정부 주장이 오해 유발"
전후배상 전문 日변호사 "개인청구권 소멸 합의 없었다"
"日정부, 사죄는 못하더라도 문제해결 시도 방해하지 않았으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전후 배상 책임 문제에 밝은 가와카미 시로(川上詩朗) 변호사는 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오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1주년을 앞두고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가와카미 변호사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개인의 배상 청구권을 소멸시키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의 최근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만약 일한 청구권협정에서 징용공(징용 피해자)의 위자료 청구권을 법적으로 소멸시키는 약속이 이뤄졌는데 대법원 판결이 청구권을 인정한 것이라면 조약 위반이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서 이같이 말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양국이 합의하지 않았고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던 것을 한국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개인청구권을 소멸시키는) 합의를 하지 않았으므로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1991년 8월 27일 야나이 슌지(柳井俊二) 당시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포기한 것은 외교 보호권이며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킨 것이 아니다'는 뜻을 밝히기 훨씬 전부터 개인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었다고 가와카미 변호사는 설명했다.
원폭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1955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응할 때부터 일본 정부는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원폭 피해자가 미국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의 청구권 포기 조항에 의해 소멸했다는 인식을 전제로 일본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자 일본 정부는 '소멸한 것은 외교적인 보호권이며 미국에 대한 개인 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있는 한일 청구권 협정과 비슷한 내용(청구권 포기)에 관해 한일 청구권 협정 이전부터 자국민에게 개인 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설명이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고 징용 피해자 배상은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주장대로라면 원폭을 투하한 미국이 아니라 미국과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맺은 일본 정부가 자국 피폭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일본 니시마쓰(西松)건설을 상대로 앞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한 기관)가 내린 판결에 비춰보면 한국과 일본 사법부 모두 개인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며 이를 재판에서 인정할지에 관해서 의견이 달랐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사법의 장에서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한국 대법원 판결은 인정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그럼에도 일본 기업이 임의의 조치로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은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고재판소는 2007년 4월 27일 중국인 피해자의 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확정했으나 중일공동선언(1972년)에 규정된 청구권 포기가 "청구권을 실질적으로 소멸시키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해당 청구권에 기반을 두고 재판상 소(訴)를 요구할 권능을 잃게 하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이 일본 기업의 임의적이고 자발적 대응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며 "피해자의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할 것이 기대된다"고 권고했다.
이후 니시마쓰건설은 기금을 설립해 개인 보상을 하고 피해자들과 화해했으며 다른 일본 기업도 중국인 피해자들과의 화해 조치에 나섰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중국인에 대한 조치와 비교하면 최근 일본 측이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보이는 태도는 "모순돼 있고 일관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징용 피해자와 일본 기업 사이의 소송에서는 제삼자에 해당하는 일본 정부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하며 일본 기업이 판결에 승복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는 결국 압력 가하는 느낌"이라고 언급했다.
가와카미 변호사는 역사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하지만 아베 정권하에서 현실적으로 이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기업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958년생인 가와카미 변호사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출신으로 릿쿄대(立敎大) 법학부를 졸업했다.
다른 일을 하다 1996년 늦깎이로 변호사가 된 그는 초년시절부터 중국인에 대한 전후 보상 문제를 다루는 일본 내 재판에 오랜 기간 관여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본변호사협회가 2010년 한일 과거사 문제에 관해 공동 조사·연구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한일 간 역사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일본변호사협회 헌법문제대책본부 사무국장으로서 아베 정권의 안보법제 정비 및 개헌 시도에 대한 감시 태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변호사협회 인권 옹호위원회 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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