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할 땐 언제고…"美,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 병력 강화 착수"
美언론 "이라크 북부서 성조기 내건 장갑차 행렬 시리아 동부로 이동"
"철군 고집하던 트럼프, 유전지대 얘기 듣고서야 시리아 미군주둔 납득"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쿠르드를 내팽개치고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단행해 비난받은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동부 지역의 유전지대 보호를 위한 미군 병력 강화에 착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미 국방 당국자들을 인용, 이라크 북부를 떠난 미군 병력이 이날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 지역에 도착하기 시작했으며 추가 병력은 유전지대가 이슬람국가(IS)나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다른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WP는 현지에서 촬영된 사진을 토대로 차량 행렬의 상당수가 지뢰를 견딜 수 있는 장갑차이며 민간용 트럭이 일부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 차량엔 성조기가 내걸렸다.
WP는 이어 탱크나 브래들리 전투장갑차는 아직 시리아로 이동한 것 같지 않지만 이들 역시 수일 내 배치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CNN 방송도 이날 오전 약 18대의 미군 군용차량이 이라크 북부를 떠나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면서 미군 장갑차와 트럭들이 시리아 북동부 르메일란 지역 인근을 지나가는 영상을 공개했다.
WP는 국방 당국이 이들 병력 배치의 상세 내용이나 시간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WP는 전날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철수 결정으로 시리아 동부의 유전지대 관리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시리아에 최소 수백명의 병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데 설득됐다고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한 당국자는 WP에 미 국방부가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전지대에 관심을 두고 있어 전면 철수 고집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아기에게 약을 줄 때 요구르트나 사과 소스에 섞어주는 것과 같다"고 부연했다.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주(州) 지역의 유전지대는 당초 IS가 장악해 주요 수입원으로 삼았으나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2015년부터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IS를 쫓아냈고 이후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이 미군 약 200명의 주둔 속에 통제해왔다고 WP는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S 격퇴에 협력한 시리아 내 쿠르드를 터키의 군사작전에 내몰고 시리아 철군을 감행했으며 터키의 공격이 중단된 후에는 유전지대 보호를 명분으로 일부 병력을 시리아에 되돌리겠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