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헤즈볼라 지도자, 반정부 시위 중단 촉구
하산 나스랄라 "외세 침투에 의한 봉기" 비난…시위 9일째 이어져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25일(현지시간) 국민을 향해 반정부 시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나스랄라는 이날 TV로 방영된 연설에서 "우리가 확보한 정보는 레바논이 지역의 정치적 목표물이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그것(시위)은 더 이상 대중운동이 아니다"라며 시위를 외국 세력의 침투에 의한 봉기라고 주장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가 전했다.
나스랄라는 시위대가 요구하는 내각 사퇴에 대해서도 "정부 공백으로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스랄라는 "권력자들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시위대에게 직장, 학교, 병원들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로 점거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는 1980년대 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때 창설됐고 레바논 의회와 내각에서 영향력이 크다.
이날 레바논 시민 수백명이 수도 베이루트의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고 내각 사퇴를 촉구했고 헤즈볼라 지지자들과 물리적 충돌도 빚었다.
지난 17일 레바논 정부가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부패 청산과 민생고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9일째 이어졌다.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0%나 되는 국가부채와 통화가치 하락, 높은 청년 실업률 등 경제 문제에 대한 국민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에 사드 하리리 총리는 지난 21일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지 않는 내년 예산안과 일련의 경제 개혁안을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장관 등 고위 공무원들의 월급을 50% 삭감하고 중앙은행과 민간은행들이 예산에 적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도록 34억 달러(약 4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미셸 아운 대통령도 24일 정권교체는 거리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며 시위대에 사태를 대화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종파가 다양한 레바논은 헌법에 따라 기독교계 마론파가 대통령을 맡고 총리와 국회의장은 각각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에 안배하는 독특한 정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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