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日현지 기업인 간담회서 쏟아진 '비명섞인 아우성'
"행사 이름 '코리아' 빼는 경우 많아"…"관계 정상화 시급"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예전에는 '코리안 푸드 페어'(한국음식전)라고 했는데, 이제는 '아시안 푸드 페어'(아시아 음식전)라고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사명에서 '코리아'(한국)를 빼는 겁니다."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한일 관계가 얼음판 국면으로 변한 가운데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계) 기업인들의 비명 섞인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25일 저녁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에 있는 한식당 '대한민국'에서 국회 예결위 산하 '일본무역분쟁 대응 소위원회' 위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다.
국회 예결위는 지난 9월 초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의 심사를 지원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3명, 자유한국당 2명, 바른미래당 1명 등 6명으로 구성된 일본 무역분쟁소위를 신설했다.
소위 위원 중 지상욱 위원장과 이종배·김성원(이상 한국당)·심기준(민주당) 의원 등 4명이 현지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았다.
지 위원장은 간담회 모두에 "여러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왔다"면서 "기탄없이 말씀해 주면 정부를 상대로 압박할 건 압박하고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고 대화의 멍석을 깔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 8명 가운데 제일 먼저 입을 연 심용태 대상재팬 대표는 "최근 분위기가 안 좋다"면서 일본에서도 한국 상품을 안 사고, 통관 과정에선 검사 빈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식품유통업체인 트루월드재팬의 신우순 대표는 "한국산 사용 거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예정돼 있던 'K푸드' 행사가 갑자기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의원들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그렇게 세나요"라고 물었고, 신 대표는 "한국에서 일본 불매 운동 얘기가 자꾸 나오니까 일본 국민들도 정서적으로 반응해 '캔슬'(취소)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신 대표는 "일본인 여성관광객이 한국 여행 중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한 뒤 취소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는 또 "작년까지는 다양한 코리안 페어를 크게 벌였는데, 이제는 코리아를 빼고 시푸드 페어, 이런 식으로 한다"며 일본 측 파트너들이 소비자 눈치를 보고 그렇게 요구한다고 전했다.
대상재팬의 심 대표는 '코리안 푸드 페어'를 '아시안 푸드 페어'라고 바꾸어 부르는 행사가 많다며 일본에서 열리는 한국 행사가 국적 불명의 행사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일본에서 30년 살았다는 와이드테크의 리코이치로(李光一郞) 사장은 "어디 제품이냐 물어보고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거부 반응이 나온다"며 "도대체 한국에서 어떻게 정치하는지 '욱'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하나투어재팬의 이병찬 대표는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이 90% 줄었다"며 "일본에서 한국 직원 300여명이 일하는데 정말로 힘들다"고 읍소하듯 말했다.
이 대표는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이 규슈(九州), 오키나와(沖繩), 홋카이도(北海道) 지역"이라며 여행업 종자사들은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들어 한다"고 실상을 전했다.
지 위원장은 "전 세계는 '밸류 체인'(가치사슬)으로 묶여 있다"면서 "두 나라 국민이 싸우지 않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는 것으로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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