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금강산 개인관광, 통일부 허락으로 OK?
康외교 "개인 북한관광 제재대상 아냐…통일부 허락문제"
절차측면서 맞는 말이나 박왕자씨 사건 관련 대북요구 충족 필요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금강산 관광 관련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24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내신 기자단 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 관련 질문이 나오자 "개인관광은 안보리 제재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관광은 결국은 우리 통일부 차원에서 그것을 허락할 것인지, 안 허락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금강산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 것이다.
질문한 기자는 금강산 관광 중단의 계기가 된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한 진상 규명, 재발방지 약속, 방북 국민 신변안전 보장책 마련 등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종전의 대북 요구 사항들이 유효한지를 물었다.
그에 대해 강 장관은 "박왕자 씨의 사건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기존 입장이 재고되거나 변화가 된 것은 없다"며 개별 금강산 관광은 통일부 허락 사항이라고 밝혔다.
일단 '개인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의 대상이 아니라는 강 장관의 말은 사실이다.
현대아산이 주관해온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전면 재개 문제는 제재 때문에 은행을 통한 대북 송금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거액의 현금을 북한에 제공하는 부분과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벌크 캐시 유입 불가) 위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개개인이 북한에 관광을 가서 숙식비 등 서비스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에 비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중국이나 유럽 국가 국민들이 실제로 북한 개별 관광을 다녀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 국민 누구나 통일부에 신청해서 금강산 등 북한지역에 개별 관광을 갈 수 있다는 뜻이냐'는 현실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면 '그렇다'고 선뜻 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단 우리 국민이 현재 북한 관광을 할 수 있느냐는 부분에서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대북사업협의, 교류행사 참석 등을 위한 목적으로 북한 방문을 할 경우 북한 측 초청장이 있으면 그것을 신변안전 보장 약속으로 간주하고 방북 승인을 한다는 것이다. 또 행사 참석 등을 위해 북한에 간 국민은 자연스럽게 현지 관광도 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금강산에서 지난 2월 12∼13일 열린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2019년 새해맞이 연대모임' 참가자들이 통일부 승인을 받아 방북한 바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가는 금강산 관광을 정부가 허용하는 문제는 공동 행사 등과는 다소 다른 차원이라는 지적이 있다. 박왕자씨 사건으로 국민 신변안전 보장에 문제가 생겨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 터에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등 요구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관광을 허락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강산 관광 허용 여부가 통일부의 허가 사항이라는 강 장관의 말은 틀린 발언은 아니나 박왕자 씨 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약속 등 기존 대북 요구 사항에 있어 북한이 해야 할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명이 다소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통일부 허가 문제임을 거론하기에 앞서 남측 요구사항에 대한 북한의 성의 있는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또 아무리 개별 관광이라도 모든 남북경협과 사실상 연계된 북핵 협상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북한 관광이 단순히 통일부 허락만으로 가능한지도 현실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대화 움직임과 병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기조에 개별 관광 허용이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만큼 범정부적 차원에서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2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강 장관 발언에 대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두고 한 답변이라기보다는 금강산 관광 관련 북측의 발표가 나온 상황에서 강 장관이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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