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대선, 한국계 후보 정치현 중간집계 '3위' 선전
목사 겸 의사…결선 캐스팅보트 역할 예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한국계 후보 정치현(49) 씨가 예상 밖 선전을 거뒀다.
야당 기독민주당(PDC) 후보로 출마한 정씨는 20일(현지시간) 치러진 볼리비아 대선에서 개표가 83% 진행된 현재 8.77%를 득표했다.
1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45.28%), 2위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38.16%)과 격차가 크지만 양대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후보 중엔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3위를 달렸던 오스카르 오르티스 후보는 4.41%에 그치고 있다.
이번 볼리비아 대선에선 1, 2위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를 하지 못해 오는 12월 1, 2위간의 결선이 유력한데, 여기엔 정씨로 표가 분산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결선에서도 정씨의 표가 어느 후보에게로 갈지가 결과를 좌우할 예정이다. 정씨는 선거 과정에서 반(反) 모랄레스 입장을 밝혀왔다.
한국에서 태어난 정씨는 선교사였던 아버지 정은실 볼리비아 기독대(UCEBOL) 총장을 따라 12살 때인 1982년 볼리비아에 이주한 후 볼리비아로 귀화했고, 현재 목사 겸 외과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 경력은 전무했으나 대선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지난 8월 말 PDC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그는 당시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해서 "볼리비아가 공산 독재국가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며 새마을운동 정신을 접목해 볼리비아 경제 발전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후보 등록 직후 지지율이 1% 미만이었던 정씨는 이후 인지도를 쌓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동성애나 여성, 산불 등과 관련한 정씨의 극단적인 발언들이 논란을 일으킨 것도 인지도에 도움이 됐다.
대선 과정에서 볼리비아 언론들도 '논란'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씨의 튀는 발언과 이에 따른 여파를 관심 있게 보도했으며, 지지율이 오르자 '아웃사이더 정치 신인'의 선전을 조명하기도 했다.
중간 개표 결과 발표 후 정씨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결과는 "볼리비아에 아직 성경의 원칙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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