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비판받은 베네수엘라,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에 선출
베네수 정부 "미국의 거센 저지 속에서 거둔 역사적 승리"
미국·베네수엘라 야권 "터무니없는 일" 비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유엔 등으로부터 인권 침해국으로 비판받던 베네수엘라가 이사국으로 진출하자 미국과 베네수엘라 야권,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베네수엘라는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비밀투표로 진행된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105표를 얻어 새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2006년 설립된 유엔 인권이사회는 국제사회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증진하고, 중대하고 조직적인 인권침해에 대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역별로 총 47개 국가가 이사국을 맡고 있는데, 이번엔 중남미에 할당된 8개국 중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2개 이사국을 새로 뽑았다.
모두 3개국이 도전해 브라질이 153표를 얻어 나머지 한자리를 차지했고, 베네수엘라의 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막판에 뛰어든 코스타리카는 베네수엘라보다 적은 96표를 얻는 데 그쳤다.
베네수엘라의 이사국 선출은 미국 정부와 인권단체의 거센 반대 로비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미국 등의 격렬한 반대 운동 속에서 얻어낸 역사적인 승리"라고 환호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은 미국 등 서구국가들로부터 인권 탄압을 자행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반정부 인사들에 대한 고문과 살해, 초법적 처형 등 마두로 정권의 인권 침해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고, 지난달 유엔 인권이사회는 베네수엘라에 인권 조사단 파견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날 베네수엘라가 이사국으로 선출된 후 켈리 크래프트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트위터에 "마두로 정권과 같은 엄청난 인권 침해 세력이 인권이사회에서 역할을 하도록 둔다는 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크래프튼 대사는 "난 그대로 넘기지 않을 것이고, 유엔도 그래야만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3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질적 편견"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인권이사회를 탈퇴한 바 있다.
마두로 정권에 맞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도 유엔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과이도 의장은 공교롭게도 이날 야권 활동가인 에드문도 라다가 수도 카라카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을 지적하며 "유엔이 마두로와 같은 독재정권에 피로 덮인 의석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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