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남태평양 요충지 섬 통째 임차…군항 설치 우려"
NYT "親공산당 기업, 英·日 해군사령부 있던 툴라기섬 독점개발권 얻게 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솔로몬제도 정부가 중국에 섬 하나를 통째 임대하는 계약을 비밀리에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남태평양 솔로몬제도 툴라기섬 지방정부가 중국의 친(親)공산당 기업 '중국 삼기업그룹(中國森田企業集團有限公司·삼그룹)에 도서 전체와 주변 해역의 독점 개발권을 부여하는 '전략적 협력 합의서'에 지난달 22일 서명했다.
삼그룹은 1985년 설립된 국영 기업집단이다.
툴라기섬은 인구 1천명 남짓의 작은 섬이지만 수심이 깊어 군항으로 활용 가치가 큰 곳이다.
과거 이 섬에는 영국 해군과 일본 해군이 남태평양 사령부를 설치했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호주가 격전을 치르며 일본군을 몰아냈다.
NYT가 입수한 전략적 협력 합의서에 따르면 툴라기섬 임대차 계약 기간은 75년이며 갱신도 가능하다. 어업 기지 구축과 공항시설 확충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삼그룹은 에너지 저장시설 건설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NYT는 중국이 남태평양에서 경제·정치·군사적 야심을 품고 바누아투 등 도서국에 밀착하려는 움직임을 지적하면서, 삼그룹의 툴라기섬 임차계약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의심했다.
미국과 솔로몬제도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몇 년간 금품과 접대로 솔로몬제도 정치인을 '중국 장학생'으로 길렀다는 주장을 펼쳤다. 솔로몬제도 의회는 정원이 50명밖에 안 돼, 외부 세력의 개입이 어렵지 않은 구조라는 것이다.
솔로몬제도는 미국의 만류에도 지난달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주민들은 과거 이 섬을 둘러싸고 군사 강국들이 혈전을 벌인 과거를 떠올리며 바누아투섬처럼 섬에 중국 군항 프로젝트가 추진될까 우려하고 있다.
섬 임대차 계약에 반대하는 청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인 마이클 살리니(46)는 "그들이 이렇게 들이닥쳐 섬 전체를 차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살리니는 "주민 모두가 중국이 섬을 군사기지로 만들까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뭐하러 그들이 섬 전체를 빌리려 하겠는가"고 반문했다.
툴라기섬 지사는 계약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최근 취재진에게 말했다.
스탠리 마니테바 지사는 "전략적 협력 합의문에 아직 관인을 날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은 공식적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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