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산부의 날'…"'입덧' 가볍게 보면 안 돼"
임신부 19%가 중증 입덧 경험…고통 심하면 입원 치료 고려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입덧은 임신 초기에 입맛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예로부터 이런 입덧은 임신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로 여겨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TV 드라마에서는 입덧하는 임신부를 유난히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입덧도 경우에 따라서는 큰 고통이 따르고, 심하면 입원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 시켜 저출산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을 맞아 임신 초기 최고의 궁금증 중 하나인 입덧에 대해 알아본다.
◇ 임신부 10명 중 2명, 견디기 힘든 입덧 경험
입덧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임신에 의한 호르몬 분비 상태의 변화가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면 융모라는 조직이 발생하고, 이 융모는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융모성선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때 이 호르몬이 구토 중추를 자극해 입덧이 일어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국내 연구팀이 임신부 4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80.7%(381명)가 입덧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 중에는 구역질과 구토 등의 증상이 심해 적극적인 입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입덧이 7%, 간단한 치료로 회복할 수 있는 중간 정도의 증상이 63%로 각각 나타났다.
임신부 4천560명을 대상으로 4년 6개월을 추적 관찰한 다른 조사에서는 전체의 18.9%(555명)가 견디기 힘든 정도의 입덧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통 입덧은 평균 임신 6주께 시작해 임신 9주께 최고로 심해졌다가 임신 14주께는 90%가 회복됐다. 하지만 14주 이후에도 10% 정도는 입덧이 지속하는 경향을 보였다.
입덧은 임신부의 삶의 질도 떨어뜨렸다. 경증 임신부는 임신 전보다 삶의 질이 30%가량 낮아진 것으로 평가했고, 중증 임신부는 이런 하락 폭이 50%로 더 컸다.
◇ 임신부마다 증상 달라…고통 심하다면 입원 치료 필요
사람마다 생리 구조가 다르듯 입덧의 증상과 정도도 여성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음식물 냄새, 생선 비린내 등으로 갑자기 비위가 상하면서 식욕이 뚝 떨어지거나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를 하는 게 입덧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또 식욕이 떨어지거나 먹는 즉시 토해버리기도 하며, 갑자기 신 것이 먹고 싶어지거나 평소 입에 대지도 않았던 음식이 생각나기도 한다. 침이 많이 나오고 숨이 가쁜 것도 입덧 증상이다.
앞선 조사 결과처럼 입덧 정도도 각기 다른 편이다. 어떤 임신부는 아침이나 공복시에 가볍게 메스꺼움을 느끼지만, 심한 사람은 음식 냄새만 맡아도 구토를 해서 아예 음식을 입에 댈 수조차 없다.
보통 1주일에 두세 번 정도의 입덧은 음식을 조절하고 휴식을 취하면 된다.
하지만 구토가 심해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서 음식은 물론 물조차 마실 수가 없고 토하기만 한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임신부의 입덧이 장기간 지속해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태아의 영양 상태가 불량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위해 수액치료, 영양치료, 항구토제 처방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한정열 박사는 "일반적으로 입덧은 건강한 임신을 의미하지만, 중증 입덧은 영양 상태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엽산제 복용 등을 방해함으로써 기형아 발생과 저체중아 출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박사는 이어 "입덧을 잘 관리하려면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는 식으로 식사습관을 바꾸는 게 좋다"면서 "맵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구토를 유발하는 냄새나 환경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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