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굴기' 中, 이젠 '중국판 네이처·사이언스' 만든다
국가연구소 발행 '라이트', 창간 7년만에 세계 일류잡지로 성장
'네이처'와 제휴해 인지도 제고·우수 논문 유치…정부도 지원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이 세계 과학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분야별로 차이는 있지만 세계 과학전문 잡지계는 '네이처'와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영국과 미국 등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은 바로 이들 두 잡지에 버금가는 세계 일류 과학전문지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말하자면 '중국판 네이처·사이언스' 육성이다. 유명 과학전문지를 자체적으로 발행해 과학계의 주도권 일각을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학을 둘러싼 새로운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 관련단체인 과학기술진흥기구에서 중국의 학술동향 조사를 담당하는 저우샤오단(周少丹)은 최근 중국의 학술 동향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NHK가 7일 전했다. 저우는 중국과학원 산하 국가연구소가 발행하는 광학(光學) 전문지 '라이트(Light)'를 예로 들었다. 이 잡지는 창간한 지 불과 7년만에 세계 일류 과학지로 성장했다.
일류 과학지는 세계적으로 1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과학잡지를 '임팩트 팩터'라고 부르는 잡지 평가기준에 따라 서열을 매겼을 때 상위 자리를 차지하는 '높은 등급'의 잡지를 말한다. 임팩트 팩터는 미국 학술정보 서비스회사가 해당 잡지에 게재된 논문을 분석해 산출한다. 특정 잡지에 실린 논문이 다른 논문에 몇번 인용됐는지 조사해 평균한 수치로 인용횟수가 많을수록 해당 잡지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이처나 사이언스는 임팩트 팩터가 40 정도다. 이는 게재된 논문이 직전 2년간 평균 40회 정도가 다른 논문에 인용됐다는 뜻이다. 연구분야에 따라 다르지만 국제적 평가의 최저 기준은 임팩트 팩터 5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10을 넘으면 일류 잡지의 반열에 든 것으로 간주된다.
앞서 예로 든 중국의 라이트는 임팩트 팩터 14로 창간 7년만에 일류잡지로 성장했다.
과학자의 인생은 논문이 유명 잡지에 실리는지 여부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구자에게 과학 전문지는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으로 대표되는 유명 과학지에 자신의 논문을 싣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요즘의 연구는 고도로 전문화하고 세분화했다. 연구분야가 조금만 달라도 연구내용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명 전문잡지에 논문이 게재되는지 여부로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사례가 많다. 연구분야에 따라서는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이 한편만 실려도 일본 국립대학의 교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훌륭한 연구를 수행했어도 유명 과학지에 논문이 게재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은 그동안 논문을 양산해 양과 질 양면에서 과학 역량을 급속히 향상시켜 왔다. 그리고 이제 '중국판 네이처'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스스로 유명 전문지를 만들 수 있으면 어느 논문을 실을지 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잡지 발행자는 당연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저우 연구원은 "여기를 보라"며 잡지의 표지 하단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해당 잡지가 네이처와 제휴해 발행하고 있다는 표시가 인쇄돼 있었다.
편집은 편집위원이 독자적으로 하지만 잡지 인쇄와 배포는 물론 선전 등의 홍보활동을 네이처 그룹이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유명 잡지의 브랜드 파워를 빌릴 수 있고 평소 네이처에 기고하는 수준 높은 연구자의 논문 투고도 늘어난다. 네이처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통해 투고를 요청하거나 게재된 논문을 세계 저명 과학자들에게 널리 소개해 인용 횟수를 늘릴 수도 있다.
저우 연구원은 "이런 방법을 쓰면 단기간에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잡지의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잡지 편집위원회 구성을 살펴본 결과 편집위원의 70%가 미국이나 독일의 일류 과학자들인 걸 보고 놀랐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유럽과 미국의 일류 과학자들이 아시아 과학지에 이 정도로 많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거의 없다. 중국 정부는 국내 유력잡지를 4등급으로 나눠 연간 최대 3억원 정도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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