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소녀상전시 예술제 보조금 취소에 日예술계 반발 확산
"취소 철회" 서명운동 참가 10만명 육박…정부발주 사업 시행단체도 항의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의 전시를 문제 삼아 자국의 국제 예술행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 일본 문화예술계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6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보조금 취소에 항의하는 예술가들이 인터넷상에서 벌이고 있는 서명운동에는 이날까지 9만7천여명이 참여했다. 예술가들은 '문화청은 문화를 죽이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을 걸고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문화청은 지난달 26일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 보조금 7천800만엔(약 8억7천57만원)을 교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행사와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트집을 잡았지만, 실제로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에 대한 보복을 한 측면이 강하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8월 1일 개막한 일본 최대 규모의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전시됐지만, 트리엔날레 측은 우익 세력의 협박과 일본 정부 압박으로 사흘 만에 기획전 전시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지만, 일본 정부는 오히려 트리엔날레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트리엔날레 측과 기획전을 준비한 예술가들은 오는 8일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전시 재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 교부를 취소하자 일본 예술가들은 직후인 지난달 27일 도쿄예술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을 중심으로 항의 집회를 열고 비판하고 나섰다.
도쿄예술대 교수들은 같은 달 30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과 미야타 료헤이(宮田亮平) 문화청장에게 항의 서한을 보냈다. 갤러리 경영자들의 단체인 일본 현대미술상협회도 보조금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문부과학상과 문화청장에게 보내며 항의했다.
그런 가운데 문화청이 발주하는 사업을 하는 예술 단체도 항의 대열에 합류했다.
문화청의 지원을 받아 '아트 플랫폼 사업'을 진행 중인 일본현대아트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2일 "문화청의 이번 결정이 국제화라는 사업의 기획 의도에 반한다"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항의의 뜻에서 위원직을 사퇴한 하야시 미치오(林道郞) 조치(上智)대 교수는 "예를 들어 전시 성폭력의 역사 연구에 대한 과학연구비 교부 사업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학문의 자유, 알 권리에 관한 폭력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도쿄대 교원들도 지난 3일 문화청에 보조금 취소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가지야 겐지(加治屋健司) 준교수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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