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협상 결렬 선언하며 '비난전'…취재진 앞서 성명 발표
북측 협상 수석대표 김명길, 북한대사관서 굳은 얼굴로 낭독
(스톡홀름=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북한은 5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진행된 이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결렬을 선언하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여론전을 폈다.
북미 실무협상의 북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이날 오후 6시15분께 스톡홀름 외곽에 있는 협상장을 떠나 오후 6시25분께 인근의 북한대사관에 들어서면서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직접 잠시 뒤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대사는 미리 준비한 듯 5분 만에 외신 등 취재진이 모여있는 북한대사관 정문으로 종이에 출력된 성명을 들고나와 굳은 얼굴로 이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협상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고 선언한 뒤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으며,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나오지 않았다"면서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성명 발표에는 북한의 통역사까지 함께 나와 김 대사가 읽는 한문장 한문장을 뒤이어 영어로 통역했다. 이 자리에는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도 동행했다.
북측은 김 대사의 성명 낭독이 끝난 뒤 질문을 3개만 받겠다며 이례적으로 취재진으로부터 질문도 받았다.
김 대사는 약 13분간의 성명 발표 뒤 다시 대사관으로 들어갔다.
이날 김 대사의 성명 발표는 다소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김 대사는 이날 정오께 협상장을 빠져나와 북한대사관으로 들어가면서 오전 협상 내용과 관련,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두고 봅시다"라고 답했다. 그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고, 약 2시간 후 협상장으로 돌아가면서는 취재진에게 "협상하러 갑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미국 측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협상장에 도착한 김 대사를 웃으며 맞이하는 모습이 외신 영상에 잡히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이번 실무협상과 관련, "우리(미국)는 일련의 아이디어(a set of ideas)를 가지고 왔다"며 "우리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것을 진전시키고 이행하고자 시도하는 좋은 정신과 의향을 갖고 왔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김 대사 일행의 움직임을 놓고 협상 초반부터 이상징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오전 10시께 실무협상에 들어간 김 대사 일행이 협상 시작 2시간 만에 협상장을 빠져나와 2시간 넘게 북한대사관에 머물자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김 대사가 오후 협상에 복귀하면서 이 같은 관측은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었다.
하지만 결국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7개월만에 재개된 북미 협상은 또다시 위기에 놓이게 됐다.
미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협상장에 들어간 이후 북측이 입장 발표를 예고할 때까지도 나오지 않다가 이후 협상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