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집값 동반하락…울산·경남·경북 등 디플레 우려↑
'제조업 부진' 울산은 8개월째 마이너스 물가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최근 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낸 가운데 울산, 경남, 경북은 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대표적으로 울산은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침체로 8개월째 마이너스 물가이고 집값도 2017년 이후 계속 떨어졌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물가와 집값이 동시에 하락하곤 하는데, 제조업 업황 부진으로 한국판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꼽히는 지역은 이미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울산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로 16개 광역시·도 중에서 제일 낮았다. 울산은 올해 2월(-0.4%), 3월(-0.2%), 4·5월(-0.3%), 6·7월(-0.2%), 8월(-0.7%), 지난달까지 8달째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다.
정부와 한은은 작년 9∼11월 농산물 가격이 높게 나타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최근 물가하락의 배경이라고 설명했지만, 조선·자동차 구조조정으로 소비가 준 울산에서는 기저효과가 나타나기 전부터 물가하락이 진행됐다.
경남과 경북, 충남은 최근 두 달만 마이너스 물가지만 9월 물가 상승률이 울산과 비슷하게 내렸다.
조선업체가 밀집한 경남은 물가 상승률이 8월 -0.5%, 9월 -0.9%로 서울(0.2%, -0.1%)보다 낮았다. 같은 시기 경북은 -0.3%, -0.9%였고 충남은 -0.4%, -0.8%로 나타났다. 경북과 충남에는 디스플레이 공장이 몰려 있는데 이 산업은 최근 공급과잉으로 인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울산, 경남, 경북, 충남 지역은 농산물 가격 외에 공산품 가격도 뚝 내려갔다. 9월 울산의 공업제품 소비자 물가는 1년 전보다 0.7%, 경북은 0.6%, 경남은 0.5%, 충남은 0.4% 내렸다. 민간소비가 줄어 기저효과가 작용한 농산물 이외의 품목에서도 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3%대 성장률을 달성한 2017년에도 울산과 경남(-0.7%), 경북(-1.2%)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반면 서울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8.7% 떨어진 것과 달리 공업제품은 0.4% 올랐다.
제조업 부진으로 소비둔화, 경기침체를 겪은 지역에서 집값도 함께 떨어지고 있어 문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울산과 경남의 주택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충남은 2017년 11월부터, 경북은 이보다 훨씬 전인 2016년 1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물가하락을 디플레이션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주택 등 자산가격 하락이 수반돼야 하며 한국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라고 봤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장기침체기에 성장률,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였고 주택가격도 하락했다. 울산의 경우 3분기 가까이 물가하락이 이어지는 데다 주택가격도 내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구조조정 여파가 남아있는 지역은 수요부진으로 물가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울산은 8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다른 지역보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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