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관리들 '우크라 압박 조율' 문자메시지 드러나 파장 확대
'바이든 수사 협조' 발표 촉구하고 '우크라 대통령 백악관 방문' 연계도 시도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 미 행정부 관료들이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 정보위원회는 전날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압박하기 위해 조율하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는 전날 증언한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가 제출한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볼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기 직전에 젤렌스키의 수석보좌관인 안드리 예르막에게 "백악관으로부터 들었다"며 문자를 보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하겠다고 트럼프를 설득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는 워싱턴 방문 날짜를 확정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또 정상 통화를 앞둔 7월 19일에 볼커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에게 문자를 보내 이날 오전 루디 줄리아니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면서 "젤렌스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수사를 도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볼커와 선들랜드는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 수사에 협력한다'고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할 것을 제안했고, 젤렌스키가 이 내용을 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지만, 젤렌스키가 이런 발표를 하지는 않았다고 NBC는 전했다.
예르막은 8월 10일 볼커에게 "날짜가 잡히면 곧 방문할 예정"이라며 우크라이나는 회견을 통해 조 바이든의 아들이 관여된 업체를 둘러싼 의혹 등을 포함,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 재시작을 위한 비전과 미국 방문 일정을 밝히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또 트럼프가 행사 참석차 폴란드를 찾아 현지에서 젤렌스키와 만나려던 계획을 취소하자 윌리엄 테일러 주니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선들랜드에게 "우리는 안보 원조와 백악관 회동이 수사를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라는 문자를 보냈다.
WP는 이와 관련, "미 정부 관리들의 논의는 백악관이 점점 더 많은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테일러 대사는 1주일 뒤 선들랜드에게 "내가 전화로 말했듯이 선거운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안보 원조를 보류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자 선들랜드는 몇 시간 후 테일러에게 "트럼프는 어떤 종류의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도 없이 명확했다"고 물러서면서 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고 NBC는 전했다.
NBC는 공개된 문자와 관련, "우크라이나가 트럼프의 정적이자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하도록 설득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가 관여한 정황이 들어있다며 이는 잘못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문자 메시지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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