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축구장입장 38년만에 첫 허용…"4천600석 배정"(종합)
축구장 들어가려다 체포된 여성 축구팬 분신 사망…일반 여성 입장 허용
(서울·테헤란=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이란 당국이 이달 10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 지역예선전에 일반 여성의 입장을 허용한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방침이 실제 이뤄진다면 이란에서 여성이 경기장에서 축구를 직접 관람하는 것은 1981년 이후 38년 만에 처음이다.
이란 체육·청소년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10일 경기에 여성 입장을 허용할 것"이라며 "여성에 4천600석을 배정했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열리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의 수용 인원이 8만석임을 고려하면 작은 비율이지만 여성의 입장을 허용한 것 자체만으로도 이란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입장할 수 있지만 출입구와 좌석은 남녀가 분리된다. 여성 입장권은 경기 하루 전 인터넷으로 선착순으로 판매된다.
여성인 마수메 에브테카르 이란 부통령도 2일 일본 아사히 신문과 인터뷰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장 허용) 요구가 높아져 정부는 경기장 좌석과 출입구에서 남녀를 구분하고 여성 화장실을 마련하는 등 준비를 추진해 마침내 여성의 경기장 입장을 허용할 환경이 갖춰졌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는 사회로 바뀌어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금지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여성이 남성 관중의 성희롱·추행, 욕설, 폭력 등 범죄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세계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 금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이란은 지난해 10월 친선경기에서 여성 200여명을 입장하도록 했으나, 선수의 가족이나 고위 공직자 등으로 제한했다.
지난해 6월에는 여성팬들이 대거 아자디 스타디움에 들어가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되는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면서 단체응원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이 여성을 지정된 구역에 분리하려 했으나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입장하는 바람에 남녀가 섞여 경기를 관람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축구경기장을 몰래 들어가려다 체포된 이란 여성이 징역형을 두려워한 나머지 지난달 법원 앞에서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가열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해 이를 논의해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아사히 신문에 "훌리건(난동을 부리는 극성팬) 같은 행위도 있지만 여성이 관전하면 남성들의 관전 예의도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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