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의혹에 워런 맹추격까지…'이중고' 바이든의 대책은
트럼프의 反바이든 광고 캠페인에 '슈퍼팩 만들어 방어하자' 논의 시작
적극적 대응 요구도…바이든 캠프, 美방송사에 줄리아니 출연금지 요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 제기와 당내 경쟁자의 맹추격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어떻게 난국을 타개할지 주목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들 헌터 바이든과 함께 우크라이나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주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해당 의혹 수사를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추진으로 공방이 가열되면서 덩달아 바이든의 이름도 여론의 입길에 계속 오르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도 최근 상승세를 탄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선두에 올라 바이든 측의 위기감을 키우는 상황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이러한 이중고에 처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돕는 다수의 후원자가 독립적인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창설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슈퍼팩이란 특정 후보의 선거캠프에 소속되지 않고 외곽에서 지지 활동을 벌이는 후원단체로 억만장자나 대기업, 노조와 같은 '큰손'들로부터 무제한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있다.
그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은 슈퍼팩을 꺼려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트럼프 재선캠프가 지난 27일 바이든 부자를 겨냥한 1천만 달러의 광고 캠페인을 선언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 마련이 시급해졌다.
따라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방어하고 트럼프 대통령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캠프 외곽에 '친(親)바이든' 슈퍼팩을 만들자는 논의가 최근 시카고와 워싱턴 등에서 이뤄졌다고 WP는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측근인 래리 라스키와 마크 도일,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캠프의 재무팀을 이끌었던 줄리애나 스무트 등이 이런 논의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 측의 '진흙탕 공세'에 말려들지 말고 민생 현안 등에 집중한다는 바이든 캠프의 현 선거전략을 바꿔, 더욱 적극적인 접근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트럼프 재선캠프에서 바이든이 부통령 재직시절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해임 압력을 넣었다는 내용 등을 담은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연일 TV에 출연해 바이든 부자에 관한 의혹을 증폭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바이든 선거캠프가 이날 ABC, CBS, CNN, NBC, 폭스뉴스 등 주요 방송사 임원과 앵커들에게 줄리아니를 출연시키지 말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의 고위 참모인 애니타 던과 케이트 베딩필드는 서한에서 "여러분이 줄리아니가 트럼프를 대신해 틀린 것으로 입증된 거짓 음모 이론을 퍼뜨릴 수 있도록 줄리아니의 출연을 계속 예약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러분은 그가 점점 더 미쳐가고 사실무근인 데다 될 대로 대라는 식의 거짓말을 국가적 담론으로 소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면서 "줄리아니가 이런 거짓말을 퍼뜨릴 수 있도록 여러분의 귀중한 방송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피해이자 저널리즘에 대한 피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러 현안과 지도력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극명한 대립각을 형성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고 참모들은 판단한다고 WP가 전했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처럼 트럼프와의 '본선', 워런 의원 등 당내 경쟁자들과의 '예선'을 동시에 치르는 것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그의 선거운동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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