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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산적한 통상과제…내달 WTO 개도국 포기 여부 결정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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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산적한 통상과제…내달 WTO 개도국 포기 여부 결정할듯
'양자협의' 계기 한일 당국 다시 한번 한자리에…극적해결 기대는 낮아
미국,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도 결정…韓 車관세 '면제'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올해를 한 분기(10∼12월)만 남기고 국내 산업·경제의 목줄을 죌 통상현안이 해결되지 않은채 산적해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데 따른 일본과의 양자협의가 이 기간 예정돼 있고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할지 여부도 핵심 현안중 하나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과 유럽의 경기 부진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 리스크도 누적돼 있는 상황이다.
통상당국은 수출과 투자의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2개월내 이들 통상현안의 해소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29일 정부와 업계, 외신에 따르면 가장 임박한 통상 숙제는 WTO 개도국 지위다.


◇ WTO 개도국 지위 결정시한 10월23일…농민 설득이 '관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26일(현지시간) 경제적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이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WTO가 90일 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개도국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4가지 기준으로는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 세계은행에서 분류한 고소득 국가 ▲ 세계 상품무역에서의 비중이 0.5% 이상을 제시했다.
WTO에서 개도국 여부는 회원국이 스스로 판단해 밝히는 '자기 선언' 방식으로 따른다.
한국은 자기 선언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다만 농업 부문을 제외하고는 개도국으로서의 혜택을 받고 있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은 이 4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유일한 나라여서 계속 모른 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 시한은 10월 23일까지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미 대만,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이 더는 개도국이 아님을 밝혔고 마감 시한이 임박해서는 더 많은 국가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처음 공론화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WTO 내 다른 개도국들이 한국의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익을 우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만약 한국이 계속 개도국으로 남는다면 중국과 인도가 한국을 핑계로 댈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자칫 미국 대 중국의 싸움이 미국 대 한국의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 다시 한번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개도국 지위가 주는 실질적 혜택이 크지 않은 데다가 개도국이 아니어도 기존 협상을 통해 얻은 혜택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개도국 지위를 지속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관건은 농민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전국배추·마늘·양파 생산자협회 회원 등 2천5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고 "쌀 수입국별 쿼터 적용,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농산물값 보장에서 손을 떼겠다는 정부 의도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 WTO 제소 따른 한일 양자협의 10월20일내 개시…해결기대는 낮아
일본 수출규제 현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지난 7월 4일 한국에 대해 단행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문제를 WTO에 제소했다.
그 첫 번째 절차인 양자협의 요청을 지난 20일 일본이 수락하면서 조만간 양국 통상당국 관계자가 만날 전망이다.
WTO 무역분쟁에서 제소국이 양자협의 요청서를 발송하면 피소국은 이를 수령한 날로부터 10일 이내 회신해야 하는데 일본은 기한 하루를 남겨놓고 9일 만에 수락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양자협의를 거부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일본의 수락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다만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7월 12일 실무급 협의(일본은 '설명회'라고 주장)를 제외하면 양국 통상당국이 제대로 마주 앉은 적이 없는 만큼 이번 만남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린다.
양자협의는 원칙적으로 요청서 발송 후 30일 이내 개시하게 돼 있으며 2개월 동안 진행할 수 있다.
정부는 일본과 시간과 장소를 조율해 조만간 양자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협의에는 일반적인 관례에 따라 실무급에서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양자협의에서 일본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은 WTO에 제3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해당하는 패널(분쟁처리위원회) 설치를 요구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의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한일관계 경색 국면의 해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별다른 변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양자협의에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 美, 수입차 관세 결정시한 11월13일…韓 투자 등 상응해 '면제' 기대
또 하나 당면한 과제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매길지 여부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입산 차량 및 부품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보고서 검토 기간이 종료되는 5월 18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마감 시한 전날인 5월 17일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포고문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 그 외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을 180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차례 유예된 조치 결정 시한은 오는 11월 13일이다.
일단 한국은 관세 부과를 면제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17일 포고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데다가 최근 현대차[005380], 가스공사의 대규모 미국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미국의 압박 대상이었던 일본이 최근 약 70억달러(7조4천억원) 상당의 농산물 시장을 미국에 추가로 개방하기로 한 점도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232조 적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한국은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관측한다"고 말했다.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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