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업체 임원 20명 35억원 금품수수…원전 재가동 '먹구름'
협력업체가 지역 유지에 제공한 자금이 토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원전업체 임원들이 지역 유지로부터 장기간 거액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간사이(關西)전력 임원 20명은 이 업체가 운영하는 원전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유력 인사로부터 2011년부터 7년에 걸쳐 약 3억2천만엔(약 35억5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와네 시게키(岩根茂樹) 사장과 야기 마코토(八木誠) 회장 등은 후쿠이(福井)현 다카하마초(町)의 모리야마 에이지(森山榮治, 2019년 3월 사망) 씨로부터 이처럼 금품을 받았다고 간사이전력이 밝혔다.
모리야마는 다카하마초에서 조야쿠(助役)를 지낸 인물이다. 조야쿠는 한국으로 치면 부(副)군수 정도에 해당하는 공직이다.
원전 관련 공사를 수주한 지역 토목건축회사가 비자금을 모리야마 씨에게 제공했고 이 자금 등이 간사이전력 임원들에게 제공한 금품의 토대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사이전력은 검은돈의 흐름을 포착한 세무 당국의 지적을 받고 최근 10개월에 걸쳐 내부 조사를 한 결과 임원 20명이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금품을 받은 당사자 중 한명으로 27일 사과를 겸해 기자회견을 연 이와네 사장은 임원들이 받은 것이 양복 상품권을 포함해 상식적인 범위를 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납 신청 등을 하기는 했지만 강하게 거절하는 등 반납하기 곤란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 금품을 "일시적으로 개인의 관리하에 보관했다. 의례적인 범위 안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전부 반납했다"고 말했다.
이와네 사장은 금품을 제공한 모리야마가 사업에 관해 조언·협력하는 지역 유력자였으며 그와의 관계가 나빠지면 원전사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 우려돼 애초에 금품을 거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루된 이들이 금품을 반납한 시기는 각각이었으며 세무 조사가 시작된 후에 반납한 사례도 있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이와네 사장은 금품에 대한 "보답이 될만한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간사이전력은 이와네 사장과 야기 회장을 포함한 연루자 수명에 대해서 급여를 반납받는 등 사내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전력 산업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일본 경제산업상은 간사이 전력의 발표에 관해 "사실이라면 매우 언어도단(言語道斷, 어이가 없어서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이라며 경위를 조사해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지지하는 원전 재가동 계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재가동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번 사건은 원전 업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안전성을 중시하는 주민의 우려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간사이전력 관계자는 "이번 불상사로 불신감이 강해지면 재가동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말했다.
간사이전력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계기로 일본의 원전이 모두 정지된 이른바 '원전 제로' 상태에서 벗어난 후 원전을 속속 재가동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