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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압력 통했나…홍콩 재벌, 주택난 해소 위해 대규모 토지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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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압력 통했나…홍콩 재벌, 주택난 해소 위해 대규모 토지 기부
뉴월드, 8만4천평 토지 내놓아…다른 부동산 재벌 뒤따를지 주목
홍콩 정부, 시위 원인 주택난 해소하고자 '빈집세' 추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주택난 해소를 위해 홍콩 부동산 재벌이 대규모 토지를 기부했다.
2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의 4대 부동산 개발기업 중 하나인 뉴월드(新世界) 그룹은 보유 토지의 17.8%에 해당하는 300만제곱피트(약 8만4천평)의 토지를 정부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뉴월드 그룹의 아드리안 청(鄭志剛) 부회장은 "우리는 홍콩의 주택 문제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이번 기부로 홍콩 시민 1만 명의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월드 그룹이 기부한 토지를 홍콩 정부의 토지 수용 규정에 따라 따지면 그 가치가 34억 위안(약 5천200억원)에 달한다.
뉴월드 그룹은 우선 틴수이와이 지하철역 인근 토지 2만8천제곱피트를 사회단체 '라이트비'(Light Be·要有光)에 기부해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 등을 위한 주택 100여 채를 지을 계획이다.
2022년까지 지어질 이 주택의 임대료는 매우 저렴하게 책정되고, 임차인의 가정 형편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될 방침이다.
아드리안 청 부회장은 "우리는 더욱 큰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이라며 "모든 기업은 자신의 방식에 따라 주택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월드 그룹의 토지 기부에는 중국 중앙정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위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홍콩 시민에게 정치적 자유를 주기 힘든 중국 중앙정부는 대신 주택 문제 해결 등 사회적 불만을 달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홍콩 재벌들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인민일보, 글로벌타임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홍콩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을 질타하면서 홍콩 시위의 근본 원인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뉴월드를 비롯해 헨더슨(恒基兆), 순훙카이(新鴻基·SHKP), 청쿵(長江·CK) 등 4대 부동산 재벌이 보유한 토지는 1억 제곱피트(약 281만 평)가 넘으며, 이를 개발하면 홍콩에 1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이들이 막대한 토지를 보유하고 지가 상승만을 기다리면서 택지 개발에 소극적으로 나선 결과 홍콩은 심각한 주택 부족과 집값 폭등을 겪어야 했고, 홍콩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는 이러한 주택난이 홍콩 시위 사태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라는 판단 아래 주택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개발업자들이 아파트를 지은 후 집값 상승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행태를 막기 위해 개발업자 등이 보유한 빈집 1만여 채에 세금을 부과하는 '빈집세'를 이번 가을에 추진할 계획이다.
홍콩 내 최대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 '토지회수조례'를 강력하게 적용해 개발업자들이 쌓아놓은 토지를 서둘러 수용,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정치적 압력이 커지면서 홍콩 부동산 재벌들도 어쩔 수 없이 주택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4천590만제곱피트의 토지를 보유한 순훙카이 그룹은 최근 툰먼 지역의 토지를 정부가 회수해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헨더슨 등 다른 그룹도 정부와 협조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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