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미루는 日 커리어우먼 '난자보관' 확산
"나이들면 난자 임신성공률 저하"…일·출산 양립 추구
비용 보조 기업도…의학계는 찬·반 양론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직업 등 사회적 이유로 출산을 미루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필요할 경우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젊을 때 난자를 채취해 동결 보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난자동결 보관은 직업이나 전문경력과 출산을 양립하기 위한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다나카 미하루(가명. 40)는 올 여름 2차례 난자 동결보존을 시도했다. 지난 4월에 승진한 그는 "출산에 시한이 있다는 이유로 황급히 결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나이와 같은 수의 난자를 동결 보존할 생각으로 앞으로 몇번 더 채취할 예정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도 여성의 생식적령기는 20~40세로 한정된다. 일과 학업을 하는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우선 업무에서 실적을 올린 후 출산하려는 여성도 많지만 나이가 많아지면 임신율이 떨어진다. 불임치료를 받아도 임신이 안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여성의 난자는 태아기에 만들어져 일단 저장된다. 생식연령이 되면 보관된 난자가 성숙하면서 매달 거의 하나씩 배란돼 임신에 대비한다.
나이가 들면 난자가 노화하기 때문에 성숙과정에서 염색체 이상이 일어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이 생기면 유산이나 신생아가 선천성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난자를 동결보존할 때는 미리 배란유도제를 투여한다. 당일 마취를 하고 주사기 같은 기기로 복수의 난자를 채취한다. 채취에는 5~1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4번 이상 통원이 필요하다. 비용은 전액 자기부담으로 50만~80만 엔(약 553만 ~886만 원)이 든다.
미야케 유코(가명. 41)는 지난 4월 35세로 동결난자로 장남을 낳았다. "임신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 업무와 연애에 열중할 수 있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불임치료를 하는 오사카(大阪)의 의료법인 '오크회'에는 올해 5월말 기준 연 735명의 여성이 직장 또는 파트너 부재 등 '사회적 이유'로 난자를 동결보존하고 있다. 이중 32명이 동결난자를 이용해 임신했다. 처음에는 40세 전후의 이용자가 많았지만 2017년부터 30대가 50%를 넘는 등 젊은 이용자가 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에 사는 니시 시오리(西史織. 28)는 6월에 난자를 동결보관했다. 주위에 불임치료를 받는 30대 여성이 많은 걸 보고 "장래 내 자신의 임신 가능성에 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요즘 자녀를 갖고 싶어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난자동결보존 관련 정보를 전파하고 있다.
기업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4년 이후 페이스북, 애플 등이 보조금 제도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수십개사가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는 PR회사인 서니사이드업이 2015년 보조금제도를 도입, 사원의 난자동결보존에 드는 비용의 30%를 회사 부담한다. 이미 2명이 이 제도를 이용했다.
난자동결보존에 대한 의학계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일본생식의학회는 2013년 연령제한을 설정한 후 사회적 이유로 인한 난자동결보존을 허용하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산부인과학회는 2015년 건강한 여성의 난자동결보존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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