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식 일왕 자리, 총리보다 높은 단상 배치에 '위헌 논란'
일왕 1.3m 높은 단상 오르면 총리 등 3부요인 만세삼창 관례
헌법학자 "일왕이 국민보다 높은 자리에 서면 '국민주권' 위반"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다음 달 22일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식에서 일왕이 위치할 자리를 놓고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전날 확정한 일왕 즉위식의 상세 계획에 따르면 나루히토 일왕은 즉위식에서 '다카미쿠라(高御座)'라는 이름의 단상에 오를 계획이다.
다카미쿠라는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 등에 언급된 전통적인 일왕의 단상이다.
즉위식은 왕궁의 접견실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리는데, 일왕은 다카미쿠라에 서서 발언(고토바)를 하게 된다.
이후 검과 거울 등 3가지 신기(神器·제사 도구)가 왕의 책상인 '안(案)'에 놓인 다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축사하고 이어 입법·행정·사법 등 3부의 장이 만세삼창을 한다.
다카미쿠라의 위치는 총리 등이 서게 되는 곳과 1.3m의 높이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는 즉위식 일왕의 위치와 진행 방식을 둘러싸고는 이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즉위식 때부터 헌법이 정한 국민주권주의와 정교분리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하지만 일본 정부가 재검토 없이 과거의 예를 답습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인 요코다 고이치(橫田耕一) 규슈대학 명예교수는 "신화에 근거한 다카미쿠라와 3가지 신기는 '천황(일왕)'이 신의 자손이라는 정통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천황'의 지위는 국민의 총의에 기초한다는 헌법 1조에 반한다"며 "'천황'이 국민보다 높은 위치에 서는 것도 국민주권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일왕 즉위식에 맞춰 190개 이상 국가와 국제기관의 대표가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은 아직 즉위식 참석 인사를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 1990년 아키히토 일왕의 즉위식 때는 강영훈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했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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