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노인장기요양기관 처벌강화…징역·벌금형 신설, 명단공개
복지부, 노인장기요양보호법 개정 추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부당청구를 하거나 요양보호사 급여를 착복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노인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보건복지부는 불법행위를 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개정안은 부당청구 또는 현지조사 거부 노인장기요양기관에 대해 징역·벌금형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으로 돼 있는 비리 기관 명단 공표를 의무화했다.
복지부는 또 지난해 11월 관련법 개정으로 올해 12월 12일부터 지정갱신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운영 지침 등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금까지 노인요양원 등은 한번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지정받으면 유효기간이 따로 없이 계속 장기요양기관의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정갱신제 도입으로 앞으로는 6년 주기로 갱신 신청을 해서 재지정을 받아야 한다.
기존 장기요양기관도 법정 지정 유효기간인 6년 후 지정갱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정갱신 심사 때 건강보험공단이 3년마다 실시하는 정기평가에서 최하위 등급(E)을 받은 횟수 등 평가 결과와 행정처분 이력, 급여제공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시장 퇴출 여부를 정하게 된다.
또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가 방문요양·목욕·간호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 요양기관도 노인요양원 등 시설기관과 마찬가지로 지자체장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그간은 노인복지법상 시설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장기요양기관으로 인정받았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조사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지조사의 경우 불법 개연성이 높은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조사(연간 1∼2회)와 공익신고 접수 등을 통한 수시조사 등으로 이뤄진다. 복지부는 건보공단 현지조사 전담인력을 확충해 조사 대상기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기획조사는 지난 5월부터 방문요양기관 30곳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며, 이달부터 그간 조사받은 적이 없는 50인 이상의 대형 노인요양원 20곳에 대해 추가로 기획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장기요양기관에 적정인력이 배치될 수 있게 하고, 인건비 지출 비율을 지킬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종사자 처우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민간 노인장기요양기관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복지부가 지난 2∼3월 부당청구 의심 유형이 많이 발생한 상위 5개 방문 요양기관을 현장검증 후 현지조사를 한 결과, 부당 의심사례 총 177건 중 51건(28.8%)을 부당청구로 확인하고 3억9천500만원의 부당청구액을 적발했다.
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부당청구가 심각한 3개 기관은 형사고발 조치했다.
복지부는 작년 5월에도 개인과 법인, 지자체가 운영하는 전국 320개 장기요양기관을 현지 조사해 302곳(94.4%)에서 인력배치 기준위반, 허위청구, 급여지급 기준위반 등 부당행위를 확인했다. 부당청구 금액은 63억원에 달했다.
건강보험공단은 건전한 급여비용 청구풍토를 조성하고 장기요양보험 재정누수를 방지할 목적으로 2009년부터 부당청구 장기요양기관 신고포상금 제도를 시행 중인데, 지난해 10월 말까지 지급된 포상금은 40억원이 넘었다.
이들 비리 장기요양기관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숫자를 거짓으로 꾸며 부당하게 급여비용을 청구하거나 방문요양과 방문목욕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도 제공한 것으로 허위청구를 하는 수법을 썼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10주년을 맞은 2018년 12월 현재 장기요양기관은 2만1천곳에 이르렀다. 이 중 요양원이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9인 이하) 등 시설기관은 5천곳(25.0%)이고, 재가 요양기관은 1만6천개소(75.0%)였다.
장기요양기관 인력은 42만1천326명으로 이 가운데 요양보호사는 38만명, 사회복지사는 2만2천명이었다.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을 받아 혜택을 본 노인은 67만명으로 전년보다 14.6% 증가했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도 101만명으로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급격한 고령화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인구가 늘고 경증 치매 노인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지원대상을 확대하면서 계속 적자를 보였다.
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재정수지 현황을 보면, 2014년 3천40억원, 2015년 909억원의 당기수지 흑자였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2016년 432억원 적자로 돌아서고 2017년 3천293억원, 2018년 6천101억원 등 3년 연속으로 당기 수지 적자를 보였다.
장기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8∼2027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장기요양보험료율(2019년 8.51% 기준)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수지를 전망한 결과, 누적 준비금이 2022년 바닥날 것으로 전망됐다.
sh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