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석유시설 피폭에 국제유가 한때 20% 폭등(종합3보)
골드만삭스 "6주 이상 공급차질시 브렌트유 배럴당 75달러 이상"
(서울·런던=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박대한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개장과 함께 20%가량 폭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장 초반부터 배럴당 19.5%(11.73달러)나 오른 71.9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간 상승률로는 199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ICE 유럽 선물거래소(ICE Futures Europe)에서도 브렌트유는 배럴당 71.95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런던 시간으로 오후 4시 6분 기준 12% 오른 배럴당 67.25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개장과 동시에 약 2분간 가격이 7% 이상 급등해 서킷브레이커(매매정지)가 발동됐다.
이후 WTI 가격은 장 초반 전장보다 15.5% 가까이 뛰며 배럴당 63.34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8년 이후 가장 많이 상승한 것으로, WTI는 뉴욕 시간으로 오전 11시 8분 기준 11% 상승한 배럴당 61.15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브렌트유와 WTI 가격은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휘발유 선물 가격은 이날 12.9%, 난방유 선물은 10.8% 급등했고, 중국 상하이거래소의 원유 선물 가격은 장 초반 상한폭이 8%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크게 벌어진 것은 유가 급등이 미국보다는 다른 지역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셰일가스와 충분한 비축량이 완충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사우디의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의 원유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사우디는 하루 평균 570만 배럴가량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해당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사우디 원유 시설 공격으로 줄어든 산유량은 역대 원유시장에서 발생한 충격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격으로 감소한 산유량이 1978∼1979년 이란 혁명 당시 하루 56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줄었던 것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은 두 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아람코가 정상적인 원유 생산에 복귀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단계에서 이번 사건의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공급차질이 6주 이상 이어질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5 달러 이상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차질이 1주일 이내 단기간에 그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3∼5 달러 상승하고, 2∼6주 지속되면 5∼14달러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은 사우디가 상당한 양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의 석유 수출이 급격하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사우디 석유 시설 공격으로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등 안전자산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날 오전 10시 48분(한국시간) 현재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1천515.00달러로 전장보다 1.03% 상승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7.76엔으로 전장보다 0.305% 강세를 보였다.
스위스 프랑도 달러당 0.9875프랑으로 0.293% 강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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