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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시설 마비사태 진원은 '금세기 최악' 예멘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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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석유시설 마비사태 진원은 '금세기 최악' 예멘 내전
시리아 이어 예멘 내전 격화 양상…중동 정세 '일촉즉발'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최대 석유 시설 두 곳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4년 넘게 끌어온 예멘 내전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은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의 원유 생산 절반이 차질을 빚게 한 이번 공격 직후 "사우디의 불법 침략에 대응해 그들의 석유 시설 2곳을 무인기 10대로 직접 타격했다"고 주장, 이번 공격이 '금세기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예멘 내전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예멘 반군이 아닌 이란을 공격의 주체로 지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인식도 결국은 예멘 내전과는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예멘 내전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동맹군과 시아파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이란의 핵 위협을 경고하면서 제재를 가한 미국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이 주축이 된 사우디 동맹군을 지지하면서 이란과는 첨예한 각을 세우고 있다.
1990년 남북 간 합의로 통일 정부를 구성한 예멘의 경우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여파로 2011년 말 민주화 시위가 촉발되며 민주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일기도 했던 나라다.
1978년 쿠데타로 북예멘 정권을 장악해 33년간 장기 집권한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가 2012년 2월 하야하고, 부통령이었던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가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중동 국가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2014년 7월 예멘 북부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하디 정부를 상대로 무장봉기를 일으키며 내전이 촉발됐고, 2015년 3월 사우디 주도의 아랍 동맹군이 전격적으로 군사 작전을 펴 개입하면서 내전이 본격화했다.
무슬림이 국민 대다수인 예멘은 수니파가 인구의 56%, 시아파가 43%를 차지하고 있다.
사우디는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시아파 예멘 반군을 군사 지원해 아라비아반도에 교두보를 마련하면 사우디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걸프 지역의 수니파 정부를 규합해 아랍 동맹군을 결성, 예멘 정부 지원에 나섰다.
사우디와 남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예멘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어, 시아파 후티 반군이 예멘을 장악하면 이란, 이라크, 예멘 등 시아파 정부에 삼면이 둘러싸이게 된다.



사우디의 전력이 압도적이어서 쉽게 끝날 듯했던 내전은 반군 후티의 끈질긴 저항으로 장기화했다.
사우디와 미국은 이란의 지속적인 군사 지원으로 예멘 내전이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이란은 반군에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사우디 왕실의 강경한 역내 개입 정책이 내전의 원인이라고 반박해 왔다.
중동의 양대 패권국인 사우디와 이란의 세력 다툼 속에 세계 최빈국 예멘 국민은 교전과 폭격과 전염병, 식량난 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4년이 넘는 내전으로 공식 사망자만 1만 명에 이르고, 2천800만명의 예멘 국민 가운데 2천200만명이 긴급 구호가 필요할 만큼 최악의 인도적 위기에 빠졌다.


끝이 보이지 않던 내전은 지난해 12월 예멘 정부와 반군이 유엔의 중재 아래 최대 격전지인 호데이다에서 휴전하고 철군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전환점을 맞는 듯했다.
스웨덴에서 이뤄진 당시 휴전 합의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입장이 난처해진 사우디가 예멘 내전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성사됐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불신 속에 합의는 유야무야됐고 반군 후티는 최근 몇 달 사이 예멘 정부를 지지하는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양측의 긴장감이 높아졌다.
후티 반군은 지난 5월 아람코 소유의 석유 펌프장 두 곳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드론 10대를 동원해 사우디 동부 아람코의 유전과 정유 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공격으로는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데이비드 솅커 미국 국무부 중근동 담당 차관보가 예멘 내전을 해결하기 위해 후티 반군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히며, 예멘 내전에 다시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사우디 석유 시설에 큰 피해를 준 후티 반군의 이번 공격으로 예멘 내전 사태는 한 치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 제로' 상황에 빠지게 됐다.
국제 사회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며 8년째 내전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 이어 예멘 내전까지 한층 격화되면서 중동 전체를 넘어 국제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예멘 내전을 조사한 유엔 전문가들은 예멘 정부 측의 아랍 동맹군을 지원하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반군을 돕는 이란 측에 모두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최근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보고하기로 한 바 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사우디가 예멘에 공습을 단행해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후티 반군도 민간인 거주지를 무분별하게 폭격하고, 어린이를 전투에 동원하는 등 전쟁범죄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고 비판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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