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통하던 러시아 고위층 美스파이, 신분노출 우려로 철수"
수십년 활동한 CIA 정보원…'푸틴이 美대선개입 직접지시' 정보도 제공
CNN "트럼프가 조심성 없이 기밀 다룬 것도 2017년 미국행 결정 배경"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이 러시아 정부 고위층에 잠입시켰던 스파이를 2년 전 미국으로 빼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정보가 공개되는 바람에 신변이 위험해졌던 탓이라고 한다.
미국 CNN 방송은 9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와 정보기관, 의회 등에서 일했던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2017년 미 중앙정보국(CIA) 정보원이었던 러시아 정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너 서클'(중추 세력)에 들지는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소통을 하고 의사결정과 관련된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인물이 수십년간 미국을 위해 일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정보도 그를 통해 CIA에 전달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 동향 파악과 관련해선 대체할 정보원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신원은 극비로 취급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그와 관련된 정보는 대통령에 대한 일일 안보 브리핑 자료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봉투에 봉인된 채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CIA는 한때 그가 '이중 첩자'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으나, 그가 계속 미국을 위해 일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의심을 털어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2017년 상반기 들어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CIA 첩보와 관련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CIA는 이 당국자를 귀환시키기로 결정했다.
CNN 방송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과 측근들이 기밀로 분류된 첩보를 조심성 없이 다루는 행태도 이런 결정이 내려지게 된 배경이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5월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났는데, 여기서 시리아의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 이스라엘이 제공한 첩보를 공개해 기밀 유출 논란을 불렀다.
러시아 정부에 잠입해 있던 스파이와는 무관한 내용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타국 내 '첩보 자산'의 안전 보장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고 곧 철수를 결정했다는 것이 CNN 방송의 설명이다.
그를 철수시킨 이후 미국은 러시아 정부 내 동향과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NBC 뉴스는 성공적으로 러시아를 탈출해 미국으로 온 이 러시아인이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워싱턴 지역에 살고 있고, 가명조차 쓰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브리트니 브래멀 CIA 사무국장은 "CIA가 객관적 분석과 정상적인 수집이 아닌 다른 것에 근거해 생사와 관련한 결정을 내렸다는 CNN의 이야기는 순전히 거짓"이라며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 소위 귀환 작전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추측은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도 "CNN 보도는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작전이 실행된 2017년 당시 CIA 국장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현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한 언급을 거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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