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산불에도…브라질 새 검찰총장에 '환경개발론자' 지명
보우소나루, 환경 견해 일치한다며 낙점…연방검사들 "비민주적 코드인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최악의 산불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환경 개발론자'로 알려진 인물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낙점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아우구스토 아라스(60) 검사를 연방 검찰총장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아라스는 검찰 내부에서의 인지도나 입지가 크지 않았던 인물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환경 관련 우려가 농업 개발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는 자신의 시각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아라스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와 이야기한 것 중 하나는 환경 문제와 농부들에 대한 존중, 환경보호와 농업의 결합이었다. 그는 이미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검찰 내부에선 관례를 무시한 '코드 인사'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03년 이후 차기 검찰총장은 연방 검사들이 뽑은 3명의 후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고르는 방식으로 지명돼 왔는데,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연방검사협회(ANPR)는 비민주적 방식을 통한 검찰총장 지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검찰의 독립성 수호를 위해 오는 9일 전국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ANPR은 성명을 통해 "이번 지명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밝혔듯 그들과 생각이 비슷하다는 데서 비롯된 사적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올해 초 취임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 유역의 상업적 개발을 허용하겠다며 관련 규제를 완화해 왔다.
아마존 개발은 브라질의 주권 사항인데도 선진국들이 이를 방해해 국가 발전이 저해돼 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산불이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진화 노력에 열의를 보이지 않아 숲이 타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여기에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가 지난 2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보우소나루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해 응답자의 38%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29%에 그쳤다.
한편, 5일 브라질 주요 도시와 세계 각지에선 '아마존의 날'을 맞아 아마존 열대우림 보호를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다.
리우데자네이루 시내에선 비가 오는 날씨에도 환경운동가와 아마존 원주민 등 수십명이 모여 현 정부의 환경규제 완화 움직임을 비판했다.
브라질 환경부 노동조합의 안드레 바르보사 위원장은 "우리는 브라질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공식 담화가 나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전체 면적은 750만㎢에 달하며, 지구상 생물 종의 3분의 1 이상이 서식한다.
브라질에선 올해 1월 1일부터 9월 5일 사이 약 9만5천5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9%가량 많은 것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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