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모쓰나베-아베 관계없어요" 일식당의 '읍소'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모츠나베(모쓰나베)는 아베가 만든 음식이 아닙니다. 아베가 즐겨 먹는 음식 또한 아닙니다. 저희 가게 속재료는 오로지 국내산과 미국산만을 추구합니다"
'한국 일식집의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복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느 일본식 음식점의 고객 안내문 내용이다.
일본 규슈 지방에서 즐겨 먹는 '모쓰나베'(もつ鍋)라는 전골 음식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 내건 것으로 알려진 이 글은 '아이 러브 코리아', '독도는 우리 땅' 등의 문구를 포함해 일본과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여파를 축소하고 모쓰나베라는 음식명이 한일 갈등을 촉발한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성('아베')을 연상시키는 데서 나오는 소비자 '오해'를 풀어보려는 호소인 것.
모쓰나베 전문식당 프랜차이즈 업체인 F사는 홈페이지에 '보이콧 재팬'으로 시작하는 팝업창을 띄워 "당사는 100% 한국 브랜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업체 가맹점 중 강남역점, 홍대점 등은 매장 전면에 국내 브랜드임을 강조하는 글을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F모쓰나베 선릉점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본사에서 공지문이 내려오기는 했지만 이곳이 일본식 음식점이라는 인식이 있다 보니 솔직하지 않은 것 같고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붙이지는 않았다"면서 "매출이 일본 상품 관련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보다 약 30% 정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일본 맥주, 사케를 국산 주류로 대체하는 등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갑자기 닥친 난관을 타개해 나가기가 벅차긴 하다"며 "우리 같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일본이랑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죄인가 싶을 때도 있다. 대부분 재료를 국산으로 사용하고 한국인이 만드는 음식이라는 것을 손님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 6월 초 일본 가정식 전문점을 서울 강북에 연 김모씨는 "개업을 하자마자 이런 날벼락을 맞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불매운동 분위기 탓에 개업 초기 손님이 몰리는 일도 없었고 파리만 날리는데 빨리 한일관계가 회복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건물 통째를 일본풍으로 인테리어하고 상호나 메뉴명, 접객용어도 일본식으로 쓰는 것으로 유명했던 서울 홍대나 종로 번화가의 대형 이자카야도 반일 흐름의 여파에 폐업하거나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이 운영하는 음식점뿐 아니라 일본식 콘셉트의 식음료 매장이 다수 들어섰던 백화점 식품매장 역시 반일 불매운동의 여파에 휘청이는 모습이다.
트위터 이용자 'madh****'는 "주말에 백화점 식품관에 갔는데 한산하길래 보니 식품관의 70%가 일본 이름의 가게였고 매장마다 입장문, 해명문이 붙어있었다"며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생계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한 백화점의 식품 MD는 "고객들이 일본과 연관 있어 보이는 매장에는 일본 기업인지 또는 제품이 일본산인지를 묻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매장 앞에 고지문을 내걸고 원산지나 일본 기업 여부를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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