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바닥 뚫고 성장세는 약화…한은 디플레 우려 퇴치 나설까
8월 소비자물가 사실상 마이너스, 2분기 성장률은 1.0%로 0.01%p↓
정부 '슈퍼예산' 이어 한은 금리인하 요구 커질 듯…10월 금통위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사실상 -0% 물가' 충격으로 디플레이션(상품·서비스 가격의 전반적 하락)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재정당국과 더불어 통화당국도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3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0%를 기록했고, 같은 날 공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전기 대비 성장률 잠정치는 종전의 속보치(1.1%)보다 0.1%포인트(p) 하향조정된 1.0%를 나타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소수점을 늘려보면 -0.038%를 기록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저물가'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는 경제 지표가 이날 동시에 나온 셈이다.
저물가 만성화를 우려하며 한은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한은 내부에서도 앞서 제기됐다.
조동철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가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를 답습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치(2%)를 밑도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하면 경제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춰 저금리 환경을 악화시키는 '축소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며 통화당국이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물가 기조 장기화는 조 위원 등 소위 한은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성장세 약화도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 차원에서 한은이 더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2분기 성장률(1.0%)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비교할 때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1분기 경제가 -0.4%의 역(逆)성장을 기록한 기저효과 영향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1·2분기를 합한 상반기 전체로 보면 그다지 좋은 성적이 아닌 셈이다.
한은이 지난 7월 올해 성장률을 2.2%로 전망한 가운데 이날 2분기 잠정치가 하향조정되고 하반기 경제도 하방 위험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2%대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성장세 약화를 우려해 정부는 이미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도 514조원 규모의 '슈퍼예산'을 편성하며 적극적인 재정 확장에 나선 상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GDP 잠정치가 하향조정되면서 올해 성장률이 2%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물가 하락도 시장에선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경제지표 발표로 10∼11월 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확신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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