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타결 문턱" 소식에도…탈레반, 아프간서 대규모 공세(종합)
북부 국경 대도시 이어 수도 북쪽도시 공격…"협상 주도권 장악 전략"
美아프간 특사 "폭력 반드시 중단돼야…협상, 타결 문턱까지 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반군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공세전을 펼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관련 미국 특사는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타결이 문턱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미국과의 평화협상 진행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공세에 나선 것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됐다.
1일 톨로뉴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전날 아프간 북부 국경 인근의 대도시 쿤두즈를 집중 공격했다.
탈레반은 이날 새벽 도시 외곽 여러 방면에서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이곳을 점령하고 있던 아프간 정부군은 폭격기 지원을 등에 업고 대응에 나섰고 양측 간에는 격렬한 전투가 온종일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 조직원 36명 이상이 숨졌다고 아프간 내무부는 밝혔다.
민간인도 3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4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탈레반은 이날 오후 도시 광장에서 자살폭탄테러도 감행, 아프간 군인과 민간인 등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정부군 측 사망자 수가 30명에 달했다며 이 중에는 최고 지휘관 중 한 명인 사예드 사르와르 후사이니 대령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주민 칼루딘은 로이터통신에 "상점이 문을 닫고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으면서 도심이 텅 비었다"며 "도시 내 여러 지역에서 중화기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군 측이 강력한 반격에 나서면서 탈레반의 공격은 상당히 주춤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도심 주요 건물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탈레반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나스라트 라히미 내무부 대변인도 1일 "탈레반은 장악했던 지역에서 모두 밀려났다"고 확인했다.
탈레반은 2015년 이후 두 차례 이곳을 점령했다가 격퇴된 바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1일 북부의 또다른 도시 풀리 쿰리도 거세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보불라 가파리 주 의원은 AP통신에 "적어도 6구의 정부군 치안 병력 시신을 봤다"며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지원 병력이 오지 않는다면 탈레반에게 도시가 점령될 것"이라고 말했다.
풀리 쿰리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230㎞ 떨어진 곳에 있다.
탈레반은 현재 미국과 평화협상도 벌이고 있다.
외국군 일부 철수와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을 골자로 한 평화협정 타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협상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진행 과정임에도 탈레반이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은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할릴자드 특사는 트위터를 통해 탈레반의 이번 공격에 대해 "이 같은 폭력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할릴자드 특사는 평화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평화협정 타결) 문턱까지 왔다"며 평화 협정이 통일되고 독립된 아프가니스탄을 만드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1일 오후 카불을 방문해 지난달 22일부터 8일간 열린 9차 평화협상의 후속 회담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자행한 오사마 빈 라덴 등을 보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이후 탈레반은 미군과 정부군을 공격하며 세력 회복에 성공, 현재 아프간 전 국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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