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이어 하늘까지'…伊, 난민 구조 활동 항공기 이륙도 금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국제구호단체의 난민 구조선에 자국 항구를 닫은 이탈리아가 난민 구조 활동을 위한 민간 항공기 이륙까지 막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국가민간항공위원회(ENAC)는 최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의 공항을 통해 지중해로 가려는 비정부 구호단체 소속 소형 항공기 2대의 이륙을 불허했다.
이들은 각각 스위스·프랑스의 인도주의적 파일럿 단체가 운영하는 항공기로, 지중해에서 난민 보트 수색·구조 활동을 해왔다.
두 항공기는 올 1월부터 6월 초까지 총 78차례 임무를 수행했는데, 이 가운데 54차례는 람페두사 공항을 통해 이륙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항공 당국이 돌연 이륙 불가를 통보하면서 공항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됐다.
항공 당국은 규정상 해당 항공기는 취미 또는 비전문적 활동을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난민 보트 수색·구조와 같은 특수 임무를 수행하려면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호단체는 이탈리아가 바다뿐 아니라 공중에서의 난민 구조 활동마저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이번 관료적 결정 이면에는 난민 구조 활동을 중단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난민 봉쇄 정책을 주도하는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27일 아프리카 난민을 태운 독일 구호단체 '미션 라이프라인'(Mission Lifeline) 소속 구조선의 입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구조선은 26일 리비아 연안에서 조난을 한 난민 100명을 승선시킨 뒤 이탈리와 몰타 양국에 항구 접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앞서 스페인 구호단체 '오픈암즈'(Open Arms)가 운영하는 구호선은 난민을 태우고 지중해 공해상에서 19일간 떠돌다 이탈리아 검찰의 하선 명령으로 지난 20일 가까스로 람페두사에 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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