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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췌장암은 사형선고?…"두려움이 가장 큰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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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췌장암은 사형선고?…"두려움이 가장 큰 적"
생존율 점차 높아져 완치도 가능…적극적인 치료가 최선
갑작스러운 황달·허리통증·소화불량·당뇨병 땐 검진 필요

(서울=연합뉴스) 윤유석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김길원 기자 = #. 이모(56)씨는 6년 전 건강검진 초음파검사에서 췌관이 늘어난 게 발견돼 정밀검사를 했다. 검사 결과 췌장암으로 최종 진단돼 수술을 받았고, 이후 별문제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신모(48)씨도 황달이 생겨 검사를 받던 중 췌장암이 발견됐다. 하지만 이미 암세포가 주변 혈관들에까지 침범이 심한 상태여서 곧바로 절제 수술은 불가능했다. 이에 6개월간의 항암치료로 암이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다음 절제 수술을 했다. 신씨도 수술 이후 현재까지 재발 없이 건강히 지내고 있다. 이씨나 신씨 모두 진단 당시 사형선고로 여겨졌던 췌장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경우다.

많은 사람이 췌장암이라고 하면 치료해도 완치가 힘든 암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 자료를 보면, 췌장암은 전체 암 중 발생률은 8위지만 사망률은 5위에 해당한다. 한해 5천명 가까운 췌장암 환자가 발생하고 이 중 8% 정도가 생존한다는 대한췌담도학회의 분석도 있다. 췌장암의 효과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췌장암 치료에 최근 들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생활방식 서구화, 고령 인구 증가, 건강검진 활성화 등으로 췌장암 진단이 늘고 있는 만큼 이들 환자에 대한 치료성적도 점차 향상되는 추세로 바뀐 것이다.
앞선 환자 사례처럼 췌장암의 완치는 수술로 절제해야만 가능하다. 지금까지 췌장암의 예후가 좋지 않았던 이유는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다른 장기에 전이됐거나 주변 혈관으로 침범이 심해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절제가 가능하더라도 수술 당시 영상 검사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암세포들이 몸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는 점도 문제였다. 이 경우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항암제가 없어 수술 후 재발이 흔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건강검진이 보편화하고 영상 검사 시행이 증가하면서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이전보다 췌장암에 잘 듣는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수술 후 남아있는 암세포들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도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췌장암에 대해서는 항암치료를 먼저 시작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수술 기법의 향상과 함께 여러 진료과 의사들이 모여 환자별로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다학제 진료시스템 도입도 췌장암 치료성적의 향상을 가져왔다.
이런 여러 이유로 췌장암 생존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며, 이 지표들은 앞으로 발표될 국가암등록통계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다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췌장암 치료에 대한 의료진의 고민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위암, 대장암과 비교했을 때 췌장암 생존율이 아직 미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 위암, 대장암의 경우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포함한 국가암검진사업으로 지난 20년간 5년 생존율이 각각 33.2%(위암), 21.1%(대장암)나 증가했지만, 췌장암은 증가 폭이 고작 2%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췌장암 치료성적을 보다 향상하려면 췌장암에 대한 인식 수준과 조기 진단 정확도를 더욱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췌장암은 수술로 절제해야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CT나 MRI 같은 정밀영상진단검사가 필요한데, 췌장암 발생 빈도에 견줘 아직은 가격대비 효용성이 낮은 편이다. 더욱이 CT 검사는 방사선 노출이라는 고민거리도 있다.
또한, 혈액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CA19-9) 검사가 있지만, 췌장암이 있어도 CA19-9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종양이나 췌장염 상태에서도 이 수치가 상승할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을 어렵게 한다. 종합하면, 아직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췌장암 여부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선별검사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게 ▲ 갑작스러운 황달 ▲ 원인을 알 수 없는 복부 및 허리통증 ▲ 원인불명의 소화불량 ▲ 50세 이후 급격한 체중감소와 식욕부진 ▲ 갑작스럽게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잘 조절되던 당뇨병이 갑자기 조절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장기간의 흡연, 당뇨병, 췌장암 가족력, 만성췌장염이 있는 고위험군도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검진이 꼭 필요하다.
그동안 췌장암이라고 하면 '걸리면 다 죽는다'는 두려움이 컸다. '수술하면 암이 퍼진다', '항암치료는 할 게 못 된다' 등 그릇된 선입견을 가진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 췌장암도 완치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병 진행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일단 췌장암으로 진단받았다면 의료진을 믿고 충분히 상의한 후 계획된 치료를 잘 완수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를 완수하기까지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과 적당한 운동으로 근력을 유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암은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 췌장암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두려움을 갖는 건 오히려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윤유석 교수는 1997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 의과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에 재직 중이다. 주 진료 분야는 췌장암과 담도암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과 메이요클리닉에서 연수했다. 복강경을 이용한 췌장, 담도 수술을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하면서 간담췌 분야 수술의 권위자로 꼽힌다. 췌장외과연구회 및 최소침습췌장수술연구회 등에서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간담췌외과학회와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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