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끔찍하다던 英 해리왕자, 잦은 자가용비행기 이용 구설
스페인→영국, 영국→프랑스로 며칠 새 2번 탑승…"위선적" 비판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기후변화에 대해 자주 우려를 나타냈던 영국 해리(34) 왕자가 잦은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으로 구설에 올랐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해리 왕자는 지난 14일 12인승 세스나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니스에 도착했다.
부인 메건 마클(37) 왕자비와 3개월 된 첫째 아들 아치도 동했했다.
이들은 그로부터 이틀 전에도 역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 이비자에서 영국으로 돌아왔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대개 자가용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승객은 많아야 수십 명이다. 따라서 자가용 비행기에 탄 승객 한 명이 한 시간에 소모하는 연료는 150∼200명이 탑승하는 일반 항공기의 경우보다 10배나 많다.
해리 왕자 부부가 탄 자가용 비행기는 정기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보다 이산화탄소도 몇 배나 더 많이 배출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영국에서 니스까지 비행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런던 공항에서 니스까지 가는 비행기는 하루 20편이 넘는다.
평소 기후변화 대응 등 환경 이슈에 관심을 보여온 해리 왕자의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리 왕자는 최근 패션잡지 '보그' 영국판에서 세계적 환경학자 제인 구달 박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의 "끔찍한" 영향에 대해 걱정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말에는 지구 온난화 등을 논하는 콘퍼런스 '구글 캠프' 참석차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방문해 환경 보호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또 같은 달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는 "지구에 77억명 가까운 사람이 사는 지금, 모든 선택과 모든 흔적, 모든 행동이 변화를 만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990년대 해리 왕자의 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나비의 선임경호원을 지낸 켄 와프는 보안상의 이유라 해도 자가용 비행기 이용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와프는 "내가 왕실에서 일할 때도 대개 영국 항공(British Airway)의 일반 항공편을 이용했었다. 이 항공사는 VIP들을 모시는 데 익숙해서 오히려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위선적이다. 해리 왕자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기후 변화의 파국적인 영향에 대해 설교해서는 안 된다"며 면박을 줬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테리사 피어스 의원도 일간 더선에 해리 왕자 부부가 환경 문제에서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했다.
그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1년간의 비행 횟수를 줄여야 하는 건 우리 모두에게 달린 문제"라며 "이건 정말 중요한데, (해리 왕자 부부처럼) 유명한 사람은 그런 점에서 솔선수범해야 한다. 이들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지구에 대해 큰 우려를 드러내 온 점을 고려할 때 이 소식은 꽤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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