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바보될 순 없다"…트럼프 재선에 벌써 대비하는 각국 외교가
美폴리티코 보도…"트럼프 재선 전망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듯"
"北 흥미로운 사례…민주당 정권 잡으면 후한 대접 받지 못할듯"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를 예견치 못했던 각국 정부가 2020년 미 대선을 15개월 앞두고 벌써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중국과 이란처럼 재선 결과를 보면서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나서겠다는 국가들도 있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나라들도 적지 않고 북한 역시 흥미로운 케이스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18일(현지시간) 각국 외교관 및 국제기구 관계자 등 약 20명을 취재한 결과를 토대로 각국 외교관들이 두 번 바보가 될 수는 없다는 심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6년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미국 우선주의'로의 노골적 궤도 수정이 이뤄진 데서 교훈을 얻은 셈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 것 같다는 전망이 각국 외교가에 널리 퍼져 있는 것 같다면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차기 내각에 누가 들어갈지까지 예상해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설명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이고 미국 경제가 아직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민주당에 확정적 주자가 없다는 점을 유리한 점으로 꼽았다.
주미 프랑스 대사를 지낸 제라르 아로는 "2016년에 아무도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 번 바보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아시아 국가 대사는 "워싱턴에 있는 모든 대사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이 절반 이상이라는 전제하에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나 사우디아라비아, 헝가리, 폴란드 등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정치적 이익을 봐온 국가들은 그의 재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중국과 이란은 미국과의 무역합의나 핵협상을 미루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이고 북한 역시 흥미로운 케이스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정을 홍보하고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등 '좋은 관계'를 내세우고 있으나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민주당 정권에서는 그런 후한 대접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기조가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만의 튀는 행보가 아니며 민주당 일부 후보들 역시 외교정책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정 부분 유사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동떨어진 현상이 아니다. 그는 미국 대중이 느끼는 것에 반응하는 것"이라며 "그가 표현하는 좌절감, 그가 반응하는 불만은 대체로 진짜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럽연합 외교관도 "트럼프가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라고 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톰 라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향후의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더욱 국수주의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폴리티코와 인터뷰한 모든 이들은 몇 달 내 미국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망과 관련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정치적 기술로 돌파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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