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외계 생명체 '생체형광'으로 찾는다
차세대 망원경으로 유해 자외선 거를 때 내는 빛 통해 존재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의 일부 생명체가 유해 자외선을 중화할 때 내는 빛인 '생체형광(biofluorescence)'을 단서로 외계 생명체를 찾는 새로운 탐색 방법이 제시돼 실제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코넬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칼 세이건 연구소의 우주생물학자 잭 오말리-제임스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팀은 생체형광을 이용해 외계행성에서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논문을 영국 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 최신호에 실었다.
태양과 같은 항성에서 강렬하게 내뿜는 자외선 복사는 행성 표면의 생명체에게 치명적이다. 생명체가 있다면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체형광을 낼 것이고 망원경을 통해 이 빛을 관찰하면 숱한 노력에도 아직도 존재를 확인 못 하고 있는 외계 생명체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구 바닷속 일부 산호가 태양에서 나오는 유해한 자외선을 해가 없는 가시광선 파장으로 바꿔 받아들이는 것이 출발점이 됐다.
이 산호들은 '광보호 생체형광(photoprotective biofluorescence)'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자외선을 더 길고, 안전한 파장으로 바꿔 흡수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형광 신호를 과학자들이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항성의 강렬한 자외선이 행성에 닿을 때 순간적인 형광을 포착해 숨어있는 생명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태양계 밖 외계행성 중 일부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M형 별의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habitable zone)에 있다. M형 별은 돌발적으로 다량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플레어(flare)를 자주 일으키는데 이런 플레어로 방출된 강렬한 자외선이 행성에 쏟아질 때 생명체의 생체형광을 유발해 행성을 특정색깔로 물들이게 된다.
이는 현재는 가능하지 않지만 지상이나 우주에 배치되는 차세대 망원경을 통해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일반 산호의 형광 색소 발현 특성을 활용해 M형 별을 도는 행성에 적용할 수 있는 빛과 색 띠 모델도 만들어 제시했다.
연구팀은 2016년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에서 발견된 암석형 외계행성 '프록시마 b'를 관측대상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 행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M형 별인 '프록시마 켄타우리'를 돌고 있으며, 먼 미래에 최적의 우주 여행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YNAPHOTO path='AKR20190814138400009_03_i.gif' id='AKR20190814138400009_0501' title='항성 플레어와 행성의 생체형광 상상도 ' caption='[코넬대 존 먼슨 제작 동영상 중 일부 캡처] '/>
연구팀은 10~20년 뒤에 사용하기 위해 현재 개발 중인 대형 지상망원경이 이런 빛을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오말리-제임스 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생체형광은 외계행성에서 생명체를 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저자인 칼 세이건 연구소 소장인 리사 칼테네거 부교수는 "(생체형광은) 칠레에 건설되고 있는 초대형망원경(ELT)처럼 작은 행성에서 나오는 빛을 포착해 생명체 신호를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대형 망원경의 훌륭한 목표"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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