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벳푸·유후인 르포] "韓日 화해했으면" 바라면서도 "반일 이해 안 돼"
'韓관광객 감소' 걱정하지만 韓입장 이해는 부족…日언론 보도 영향
"나와는 상관없는 일"·"中관광객 있으니 韓관광객 줄어도 괜찮아"
"'反아베'라는 것 이해해야" 목소리도…"마주 보는 교류 계속해야"
(벳푸·유후인[일본 오이타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한국과 일본이 빨리 사이좋아졌으면 좋겠지만, 한국에서 '반일(反日)'하는 건 이해가 안 갑니다. 이전 대통령 때는 사이가 좋았는데, 역시 혁신계(진보진영) 문재인 정권 때문인 건가요?"
12일 밤 일본 규슈(九州)의 온천 관광지 벳푸(別府)의 번화가에서 만난 30대 후반 술집 주인 남성은 '한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을 거는 기자에게 "중국인 관광객이 있으니 상관 없다"면서 대뜸 이런 말을 했다.
"우린 (규슈가 지역구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씨(부총리 겸 재무상)를 좋아합니다. 그분 말대로 일본이 한 것(보복 조치)은 특혜를 안 주겠다는 것이지 한국을 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잖아요."라는 말도 덧붙여졌다.
자신을 '전형적인 규슈 남성'이라고 표현한 이 남성의 목소리는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일본 여행 자제 운동이 일본인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는 사실 일본의 경제보복 후 한국인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본 여행 자제 운동의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관광지 벳푸와 유후인(湯布院)을 찾은 기자에게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들려준 이야기다.
NHK와 민영방송을 비롯한 일본의 매스컴들이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내보내면서 이에 대한 한국 내 비판 움직임을 싸잡아 '반일'이라고 공격하며 과열된 양상만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 '탄환'처럼 평균적인 일본인들의 머릿속에 박힌 것이다.
벳푸 역에서 만난 관광안내원 여성은 "한국인 관광객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뉴스를 통해 한국의 반일 운동 얘기를 들었지만, 정치인들 사이의 얘기이지 않겠느냐. 한국인들이 많이 와서 벳푸 여행을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마음을 드러낸 것이지만, 어떤 의도에서 한국인들이 일본 여행을 자제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후쿠오카에서 만난 택시 기사는 "한국인이 줄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여행 자제 움직임이) 곧 사그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목소리가 다는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벳푸와 유후인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드러내거나 직접적으로 혹은 에둘러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유후인에서 만난 여성 상인은 "반일 움직임이 실제로는 반(反)아베 움직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무턱대고 일본을 싫어해서 일본 여행을 오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관광객들 도움을 받아서 메뉴판에 한국어 글씨를 적어 넣기도 했다"며 "한국인 관광객들 만나면서 말은 잘 안 통해도 재미있는 추억을 서로 나눴는데, (한국인 관광객이 줄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후인의 카페 운영자이자 시민활동가인 우라타 류지(浦田龍次·56) 씨는 "쉽지는 않겠지만 한국 시민들이 '반일'이 아니라 '반아베'라는 것을 일본인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두 나라의 시민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교류를 계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벳푸의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장기화하면 일본도 한국도 관광업계가 입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정치인들이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을 오히려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갈등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누군가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정치는 나쁜 정치다"라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