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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에 귀국 막힌 스물한살 독립열사…상하이 외인묘지의 이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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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에 귀국 막힌 스물한살 독립열사…상하이 외인묘지의 이덕삼
신규식·노백린·김태연 지사 유해 봉환됐지만 홀로 남아
불꽃같던 짧은 삶…후손 없고 북한이 고향이어서 송환 애로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74주년 광복절을 앞둔 13일 중국 상하이시 창닝(長寧)구의 외국인 공동묘지인 만국공묘(萬國公墓).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짧게 깎인 잔디밭 위에는 외국인들의 이름이 적힌 네모난 돌판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서양식 이름들 사이로 'LI YOUNG SON'이라는 한국식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바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21살의 젊은 나이에 상하이에서 순국한 이덕삼(1905∼1926년) 지사가 묻힌 곳이다.
마침 광복절에 즈음해 중국 내 독립운동 사적지 답사에 나선 부산 지역 고등학생들이 찾아와 조화를 놓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금곡고 1학년 김정원 양은 "무덤덤한 마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는데 광복 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직 고국에 돌아가시지 못한 이덕삼 지사님의 무덤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묘비에 적힌 '이영선'은 이 지사가 생전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고 쓰던 여러 개의 가명 가운데 하나다.
1905년 평안북도 철산에서 태어난 이 지사는 14살이던 1919년부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내 비밀 연락관 임무를 시작했다.
임시정부의 기밀문서와 독립신문을 국내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던 이 지사는 일경에게 붙잡혀 18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26년에는 임시정부가 있던 상하이로 망명하는 데 성공했고, 한인 무장조직인 '병인의용대'(丙寅義勇隊)에 가입해 본격적인 의열 투쟁에 나섰다.

이 지사가 상하이 중심가에서 총격전을 벌여 일본 경찰 여러 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이 지사는 그해 상하이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1926년 순종의 인산일에 맞춰 거사를 계획하고 동료들과 권총과 폭탄을 갖고 상하이에서 배를 타고 국내에 잠입하려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일본 경찰에 넘겨진 이 지사는 심한 고문을 받다가 숨졌다.
1926년 9월 발행된 독립신문은 '열사 이덕삼의 일생'이라는 제목의 부고 기사에서 일본 측은 이 지사가 자살했다고 주장했지만, 팔다리에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지사가 묻힌 상하이 만국공묘는 한동안 상하이에서 숨진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의 안식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독립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은 이들의 유해가 대부분 국내로 봉환됐지만 이 지사의 유해만 외롭게 이곳에 남아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박은식을 비롯해 신규식, 노백린, 김인전, 안태국 같은 저명한 독립지사들은 한중 수교 직후인 1993년 고국에 봉환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임시정부의 임시의정원 의원이자 무장 항일투쟁 단체인 구국모험단을 이끌었던 인물인 김태연(1891∼1921년) 지사의 유해도 국내의 후손이 발견돼 지난 4월 국립묘지로 옮겨질 수 있었다.
이 지사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한반도 분단 상황이다.
약관을 갓 넘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이 지사에게는 직계 후손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지사의 고향이던 북한 지역에 친지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우리 측에 이 지사의 유해를 송환하는 것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 지사의 유해를 한국으로 봉환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 중이다.
광복절을 앞두고 참배차 이 지사의 무덤을 찾은 최영삼 상하이 총영사는 "최근 김태연 지사님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갔지만 여러 사정으로 이 지사님의 유해를 함께 모셔가지 못해 무척 안타깝다"며 "정부는 이 지사님께서 그토록 그리시던 고국으로 모시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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