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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獨경제 '젖줄' 강소기업…순항 속 4차산업혁명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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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獨경제 '젖줄' 강소기업…순항 속 4차산업혁명은 '고민'
'히든 챔피언' 절반이 獨기업…소재·부품 중심
최근 獨 정책서 '중소기업 정책 부실' 지적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로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독일의 '히든 챔피언'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다.
'히든 챔피언'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한 중소기업을 일컫는 사실상의 대명사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많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로 변한 독일을 유럽 최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원동력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독일이 굳건히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도 강소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히든 챔피언'은 국산화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소재·부품 기업을 만들어가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도 안고 있다.



◇ 독일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
'히든 챔피언'이란 표현은 전략 마케팅 분야 권위자인 독일의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의 저서 '히든 챔피언'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화됐다.
지몬은 '히든 챔피언'을 매출 기준으로 각 분야에서 세계 1∼3위나, 유럽의 1위 기업, 매출액 50억 유로 이하 기업으로 정의했다.
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인 히든 챔피언은 2천734개사로, 이 가운데 독일 기업이 1천307개로 거의 절반에 달했다.
이 수치는 최근까지 별다르게 변하지 않을 정도로 독일의 강소기업은 든든하게 독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히든 챔피언'의 70% 정도는 산업재 생산 기업으로, 일반 소비자보다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셈이다.
소비재 생산 기업은 20%, 서비스 기업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히든 챔피언'은 대체로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틈새시장에 주력하는 특성을 가진다.
독일 정부 통계에 따르면 '히든 챔피언'을 포함한 중소기업은 모든 과세대상의 매출액 가운데 약 35%를 차지했다.
사회보장을 받는 피고용자의 약 60%가 중소기업에 근무한다.
독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가지는 가장 중요한 원천은 기술력이다.
'히든 챔피언'의 경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이 6% 정도에 달한다. 글로벌 대기업들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히든 챔피언' 중 20% 이상은 매출액의 9% 이상을 R&D에 투자한다.
직원당 특허 보유 건수도 글로벌 대기업의 5배 정도에 달한다.



◇ '히든 챔피언'의 원동력은
독일의 적은 부존자원과 서·남 유럽에 비해 좋지 않은 자연조건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산업의 고도화로 눈을 돌리게 한 배경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히든 챔피언'은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사업 다각화보다는 특정 분야에 집중해 전 세계 시장에서 그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저렴한 가격보다는 우수한 품질을 내세워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왔다.
고객사에 밀착해 불만을 제때 접수하는 철저한 고객중심 경영도 주요 경쟁력으로 꼽혀왔다.
상당수 기업은 우수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 및 복지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독일 당국이 행정규제 개선과 금융지원에 세심하게 나서왔음은 물론이다.
지방분권이 잘 이뤄진 독일은 지방정부가 지역에 특화된 중소기업 정책을 입안해 진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중앙정부는 이를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숙련된 기술 인력은 중소기업들의 발전을 뒷받침했다. 기술 인력에 대한 급여와 사회적 인식도 낮지 않다.
이는 독일의 교육제도에서 비롯된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뒤 우리나라로 따지면 인문계 중·고교인 김나지움이나 직업학교인 하우프트슐레 및 레알슐레 등에 진학한다.
독일도 원하는 대학 및 학과 진학을 위해 애초 좋은 김나지움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의 주요 대도시 중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인 베를린에서도 선호되는 김나지움의 경쟁률은 4대 1 정도에 이른단다.
레알슐레 학생들도 개인적인 선택과 노력에 따라 대학에 진학한다.
그러나, 대학 진학률이 김나지움 학생들 위주로 30∼40%에 불과하고, 직업학교 출신들은 대부분 산업 현장으로 흡수된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처우가 낮고, 직업학교 졸업 인력이 적은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다르다.
지몬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육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아카데믹한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와 직업 훈련을 받은 이들, 학위를 가진 이들은 똑같이 중요하다. 자격 조건을 갖춘 노동자들은 독일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 뒤처진 디지털화에 경고음 커져
중소기업은 현실 독일 경제의 기반인 만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찌감치 전개돼왔다.
2015년부터 연방정부 주도로 본격적인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펼치며 제조업과 ICT의 융합을 통해 제조업의 생산성 증진 및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최대 경제강국에 걸맞지 않게 독일의 디지털 혁신 속도는 빠르지 않은 편이다.
사회 전반적인 디지털화가 느리다 보니 경제영역과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이 대두해 왔다.
특히,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에서 미국 등 선도국가에 현격히 뒤처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디지털화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더딘 형국이다.
독일의 주력 산업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온 자동차 부문도 전기차 및 공유차 서비스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이에 독일이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디지털 분야에서 뒤처질 경우 중소기업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기술의 정교함만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베를린 등이 유럽에서 새로운 스타트업 전진기지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유망 벤처가 잇따라 미국으로 옮겨가는 등 전체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5년까지 AI 분야에 30억 유로를 투자하는 등 디지털 분야에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했지만, 독일 경제계에서는 '너무 늦었다'는 자성론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독일 정부가 올 상반기에 발표한 '국가 산업전략 2030'에서 중소기업이 간과됐다는 비판이 산업계에서 제기됐다.
최근에는 중소기업들이 높은 전기요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 전기료는 유럽에서 덴마크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독일 상공회의소 등은 최근 부가적인 전기료인 신재생에너지 부담금 등을 경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전기료가 중소기업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무마에 나서기도 했다.
독일 연방정부의 근간이 되는 기독민주당 내부에서도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제신문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민당은 내부 경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 추세와 비교해 창업 생태계 발달이 비교적 느리다고 진단했다.
볼프강 슈타이거 경제위원회 사무총장은 "왜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독일에서 계속 성장하지 않고 미국으로 옮기는지 자문해야 한다"면서 투자의 부족과 인재육성의 문제를 지적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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