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 시위대에 강력 경고…외신 "中 지도부 진퇴양난" 해석(종합2보)
시민과 시위대 분리 시도…"수습 못 하면 누가 피해·이득 보겠나"
軍 투입 여부 질문에 즉답 피해…외신 "시진핑, 선택지 별로 없어"
(선양·홍콩=연합뉴스) 차병섭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중국 색채를 띠고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楊光) 대변인은 6일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폭력성을 보이는 홍콩 시위를 비판하면서 "불장난을 하면 타죽는다"(玩火自焚)"고 말했다고 중국 중앙(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 등이 전했다.
그는 "홍콩이 더 혼란스러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면서 "(홍콩 상황이) 집회·행진·시위의 자유 범위를 넘어서 극단적인 폭력행위까지 번져나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일부 과격 시위대는 벽돌, 쇠꼬챙이부터 연막탄, 화염병, 활 등 치명적인 무기로 경찰을 공격하고 방화를 저질렀다"면서 인터넷상에서 경찰을 공격하도록 하는 선동도 공공연히 자행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까지 폭력 충돌로 461명이 다쳤으며, 이 중 경찰이 139명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3일 일부 시위대가 게양대에 걸린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진 것을 지적하고, 5일 반대파의 총파업으로 항공편 약 250편이 결항하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 대변인은 폭력 시위대와 일반 홍콩 시민들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모든 홍콩인 앞에 놓인 시급한 임무는 명확하다. 폭력을 멈추고 혼란을 통제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면서 "냉정히 생각해달라. 현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면 누가 결국 피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얻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이번 시위가) 이미 홍콩의 번영·안정에 엄중한 영향을 끼쳤다"면서 "홍콩을 위험한 심연(深淵)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양 대변인은 현 시위상황과 관련해 "선두에 선 것은 일부 과격 폭력분자들이고, 중간에 오도되고 휩쓸린 선량한 시민들이 있다"면서 "막후에서 과격 폭력분자들을 부추기고 지원하는 것은 홍콩 내외의 '반중 홍콩 혼란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배후세력과 관련해 "과격분자들이 이른바 '비협조 운동'을 크게 벌이도록 독려해 홍콩시민 전체가 정치투쟁에 휩쓸리게 하고 사회 갈등을 심화시키려고 기도한다"고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극소수 폭력 범죄자들과 그들 배후에 있는 '검은손'에 경고를 보낸다"면서 "불장난하는 사람은 반드시 제 불에 타 죽는다. 받아야 할 징벌은 반드시 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막후 기획자와 조직자를 포함해 폭력 범죄 활동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모든 범죄자에게 형세를 오판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자제하는 것을 약하다고 생각하지 말라"면서 "홍콩의 운명은 홍콩 교포를 포함한 중국 인민 전체의 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지난달 29일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연 바 있는데 1주일여 만에 다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양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친중파인 홍콩 행정 수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홍콩 경찰에 엄격한 법 집행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홍콩 각계인사를 향해 "람 행정장관이 홍콩 정부를 이끌고 법에 따라 행정하고, 홍콩 경찰이 엄정히 법을 집행하는 것, 그리고 홍콩 정부와 사법기관이 법에 따라 폭력 범죄자들을 처벌하는 것을 굳건히 지지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정부가 군대 투입 등을 통해 개입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홍콩 자체적인 대처역량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AFP 통신은 양 대변인이 "홍콩 정부는 법에 따라 폭력 범죄를 처벌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 세우며, 사회 안정을 복구할 능력이 충분하다"면서 중앙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양 대변인은 인민해방군의 홍콩 투입 가능성을 묻자 "지난번에 답했다"고 즉답을 피하면서 "중앙정부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지지하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공격하면 반드시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가 "불장난을 하면 타죽는다"고 강력하게 경고했지만,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 내용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AFP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시진핑 주석에게 남겨진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중국 지도부가 '진퇴양난'에 처했다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반중국 정서를 표출하는 행위도 잦아지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로서는 홍콩 시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내용이다.
송환법 완전 철폐 등 홍콩 시위대의 요구 조건을 들어주자니 외부 세계에 '항복'으로 비칠 수 있어 선택하기 어렵고, 인민해방군 투입을 강행하자니 홍콩 경제의 파탄과 외국자본 유출, 전 세계 여론의 지탄를 맞을 수 있어 이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 외신들의 지적이다.
싱가포르의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라스카는 "중국 지도부는 폭풍우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전략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전략은 이미 중국 지도부의 체면에 상당한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인민해방군을 투입하자니 1989년 톈안먼 시위 때처럼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아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정당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 또한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홍콩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날 총파업과 홍콩 전역의 동시다발 시위 참가자 중 불법 집회 참가, 경찰 공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14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최연소자는 13살, 최고령자는 63살이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전날 시위 진압 때 사용된 최루탄은 800발, 고무탄은 140발이었다.
홍콩 기자들은 이날 기자회견 때 경찰이 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폭행을 가하고 심지어 체포하는 일도 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홍콩 경찰은 개선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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