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겨냥했나…中 선전서 대규모 폭동 진압 훈련
경찰 1만여 명 동원해 육해공 합동 훈련…인민해방군 동향도 심상찮아
中 정부, 지난달 29일 이어 2차 '고강도 경고' 나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에서 대규모 폭동 진압 훈련을 해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신계 지역이 바라보이는 선전시 선전만 일대에서는 지난 4일부터 사흘 연속 1만2천여 명의 경찰병력이 동원된 대규모 폭동 진압 및 반테러 훈련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에 유포된 동영상을 보면 공중에는 헬리콥터 6대가, 바다에서는 10여 대의 쾌속정이 순찰하는 가운데 수천 명의 완전히 무장한 경찰 병력이 폭동 진압용 장갑차 등과 함께 도열해 있다.
광둥성 공안청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지난주부터 시작됐으며, 광둥성 내 여러 곳에서 총 16만 명의 병력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며 "이날도 선전에서 대규모 훈련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포산(佛山) 등에서 진행된 훈련에는 전투기도 동원됐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이번 훈련은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앞둔 훈련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갈수록 반중국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는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2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중국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졌다.
지난 3일 시위에서는 검은 복장을 한 시위대 4명이 빅토리아 하버 부둣가 게양대에 걸린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던졌고, 전날 시위대는 또다시 침사추이 페리 선착장 인근의 게양대에서 오성홍기를 끌어내려 바다에 버렸다.
나아가 최근 시위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이 성조기를 흔들면서 '광복 홍콩', '시대 혁명' 등 중국을 강하게 자극할 수 있는 구호를 외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 휘장 훼손 사건 후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에 근거지를 둔 중국 육군 제74집단군이 잔장(湛江)에서 반테러 군사훈련을 했는데, 이것이 홍콩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갈수록 '반중 친미' 정서를 강하게 드러내자 중국 정부는 2차 고강도 경고에 나섰다.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이날 오후 홍콩 시위 사태에 관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인데, 이때 지난달 29일 기자회견 때보다 더욱 강도 높은 경고를 할 것을 보인다.
지난달 29일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어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법과 질서 회복을 다짐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까지 부인하지 않아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자세를 엿보게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주군법(駐軍法·주군법)을 거론하면서 홍콩 시위 사태가 악화하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주군법 제3항 제14조는 "홍콩행정특별구 정부는 필요하면 사회 치안 유지와 재해 구조를 위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의 협조를 중앙인민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지난 4일 홍콩 몽콕 지역의 시위 현장에서 불법집회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1명은 전날 저녁 보석으로 석방됐다고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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