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시위했다고"…中유학생 위협에 떠는 홍콩 유학생(종합)
호주·뉴질랜드 대학서 홍콩과 중국 출신 유학생들 잇단 충돌
대학생 기자 "中본토 학생들이 공격"…"홍콩 학생 개인정보 공유하며 위협도"
(홍콩·서울=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하채림 기자 = 홍콩 출신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이다 중국 본토 유학생들로부터 '위협'을 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 대학들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운동을 지지하는 홍콩 학생과 중국 본토 학생이 충돌했다고 영국 BBC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퍼진 동영상에는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 내 '레넌 월' 앞에서 한 홍콩 출신 여학생과 중국 본토 남학생 3명이 격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레넌 월은 1980년대 체코의 반정부 시위대가 벽에 존 레넌의 노래 가사와 구호 등을 적어 저항의 상징으로 만든 것에서 유래했으며, 현재 홍콩 곳곳에는 송환법 철폐 등을 요구하는 레넌 월이 만들어졌다.
동영상을 보면 중국 본토 출신 남학생이 홍콩 출신 여학생에게 "세계에 홍콩이라는 나라는 없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다. 중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다른 나라 국민이 돼라"고 몰아세웠다.
다른 남학생은 이 여학생에게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듣는 돼지"라고 욕설을 퍼붓더니 갑작스레 이 여학생을 밀어서 쓰러뜨렸다.
폭행을 당한 홍콩 출신 여학생은 뉴질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체적으로 다치진 않았지만,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뉴질랜드에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사람들이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24일에는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대학 캠퍼스에서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연좌시위를 벌이던 홍콩 출신 유학생들이 중국 본토 유학생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당시 송환법 반대 연대 시위에 참가한 홍콩 유학생 피비 판(22)과 크리스티 릉(21)은 평화적인 시위를 했을 뿐 어떤 도발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판은 "우리 목적은 홍콩 시위에 연대를 표하고 송환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드러내려는 것이었다"면서 "독립 같은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고 BBC에 말했다.
현장을 취재한 대학생 기자 닐슨 존스는 "공격적 행동을 한 건 절대다수가 중국 (본토) 학생"이라고 진술했다.
판과 릉은 중국 소셜미디어에 자신들의 사진과 '마땅한 결과를 대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문구가 올려진 것을 봤다고 전했다.
판은 "그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렵다"며 떨었다.
그러나 '맞불' 시위를 주도한 중국 본토 유학생은 호주 국영 ABC방송에 "그들이 우리를 화나게 만들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본토 유학생들은 또 홍콩 유학생의 집회를 허가한 대학 당국의 사과를 요구하며 3천명의 서명을 받아 청원을 제출했다.
브리즈번 주재 중국 총영사 슈지에(徐杰)는 "본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애국심을 발휘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20만명이나 되는 중국 본토 유학생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BBC는 소개했다.
또 지난달 오클랜드 공대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중국 관료들의 항의를 받은 후 이를 취소해야 했다고 온라인 뉴스 매체 '뉴스룸'이 전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지난해에는 오클랜드 대학이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전 세계에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공자학원'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려고 했으나, 결국 방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질랜드 야당은 "중국 관료들이 중국 정부에 불리한 견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뉴질랜드 대학에 간섭하고 있다"며 "이는 표현의 자유 등 뉴질랜드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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