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日에 '분쟁 중지협정' 검토 촉구"…ARF 계기 '중재' 주목(종합)
'확전 막으면서 협상 시간 벌기' 중재카드 제시…'본격 관여' 움직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 가능성 속 ARF 한일갈등 분수령 되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 측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과 관련, 협상 기간 분쟁을 일단 멈추는 일종의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할 것을 양측에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렵다며 우선 '당사자간 해결'에 무게를 둬왔던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중재 카드'를 제시하며 '협상 테이블'을 마련, 본격적인 역할론을 자임하고 나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에 따라 한미일 3국 외교부 장관이 집결하게 될 내달 2일 태국 방콕에서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한일 갈등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ARF 기간 한미일 외교부 장관 회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계기로 미국의 '관여'가 본격화, 악화일로로 치닫는 한일 갈등이 극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지 관심을 모은다.
미국은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심각한 외교적 분쟁에 대한 중지 협정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한국과 일본에 촉구했다고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역내 동맹국 간 분쟁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이번 '중지 제안'이 한일 양국 간 이견 자체를 해소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양측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추가 조치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다만 '분쟁 중지'의 유효 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오는 2일 ARF를 모멘텀으로 한미일 장관 간 3자 테이블을 마련, 확전 차단을 시도하면서 협상 시간을 벌기 위한 일종의 '휴전 협정'을 중재 카드로 제시하며 거중조정에 나설지 관심을 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기조에 따라 내용에 개입하기보다는 일종의 '분쟁 중단' 신사협정을 통해 사태 악화를 차단하고 협상 시간을 벌려는 모색인 셈이다. 양측에게 '판'을 깔아줌으로써 '외교적 해결'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주면서 사태 해결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내달 2일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각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날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오는 8월 24일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관련,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며 강공 모드로 선회한 상황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30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유지 여부와 관련, "상황 전개에 따라 (협정 폐기) 검토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ARF 참석을 포함한 태국, 호주, 미크로네시아 순방을 위해 이날 출국했다. 강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도 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다.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폼페이오 장관이 ARF 기간 한국과 일본의 외교부 장관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일 외교부 장관 간 양자 회담도 31일이나 내달 1일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국무부 고위당국자도 지난 26일 전화 브리핑에서 ARF 계기에 한미일 장관급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고위당국자는 한일 갈등에 우려를 표명하며 한일 양국이 생산적이고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대처해 나가도록 장려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한국 및 일본 등 아시아 순방에 맞춰 한미일 차관보급간 3자 협의를 제안했으나 일본 측이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동안 직접적 개입에 다소 거리를 둬오던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 움직이는 데는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한미일간 대북 안보 공조 등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 데다 미 기업 등에도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인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은 특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와 맞물려 분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 요청이 있었다고 전하면서 한일 양측이 다 원하면 관여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주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했으며, 방한 기간 한일갈등을 두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언급, 미국의 '관여'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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