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용소냐?" 伊경관 살해혐의 美 10대에 눈가리개 논란(종합)
콘테 총리 "법 원칙에 어긋나"…살비니 부총리 "희생자는 경관" 두둔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이탈리아 경찰이 경찰관 살해 혐의로 조사를 받는 미국 국적의 10대에게 눈가리개를 씌워 논란이 일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언론에 공개된 사진에는 경관 살해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10대 2명 가운데 한 명이 고개를 숙이고 등 뒤로 수갑을 찬 상태에서 눈가리개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 사진을 보도하면서 포로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미군 시설인 관타나모 수용소 사진과 대비시켰다.
해당 사진은 미국 국적의 10대 용의자 2명이 조사를 받던 한 로마 경찰서에서 촬영됐고 경찰 내부망에 공유됐다.
관광 목적으로 로마에 온 이들은 지난 26일 새벽 바티칸 인근에서 가방 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인 마리오 체르치엘로 레가를 살해하고 다른 경찰관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군·경찰인 카라비니에리의 조반니 니스트리는 해당 사진에 대해 비난하면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리에레델라세라에 "이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그렇게 다뤄져야 한다"며 사진 자체를 비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경찰 지휘관인 프란체스코 가르가로는 조사 담당 경찰관이 공문서와 컴퓨터에 들어있는 정보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용의자에게 눈가리개를 씌웠다는 해명을 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사인 ANSA는 해당 경찰이 전보 조처됐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치권은 무고한 한 경찰관의 죽음에 일제히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번에 불거진 피의자 부당 대우 문제에 대해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29일 "이 비극의 희생자는 마리오"라고 분명히 하면서도 "피의자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이탈리아 법의 원칙과 가치에 맞지 않는 또 다른 범죄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극우 정당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해당 사진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공격했다.
그는 SNS를 통해 "체포된 용의자의 눈을 가린 것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눈물을 흘려줘야 할 유일한 희생자는 35세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조국을 위해 헌신했던 경찰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다. 살해범은 힘든 노동과 함께 종신형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동맹과 함께 연립정부의 한 축을 이루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 역시 살해된 경찰관보다 눈가리개를 한 피의자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찰관 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미국인 10대들은 애초 코카인을 사려 했으나 마약상이 이들에게 넘긴 것은 아스피린이었다. 이들은 마약상의 가방을 훔쳐 달아났고, 판매상은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온 경찰관들이 조사를 시작하려 하자 경찰관을 찌르고 도주했다가 체포됐다.
한편, 사건 발생 3일 만인 29일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에 있는 솜마 베수비아나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선 수천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희생된 경찰관 레가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산타 크로체 성당은 한달 반 전 그가 여자친구와 결혼한 장소이기도 하다고 ANSA통신은 전했다. 장례식에는 살비니·디 마이오 두 부총리도 참석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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